스마트 문헌학
문헌학, 요즘 와서 그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영어로는 philology. 문헌학은 언어학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일본인이 만든 서지학보다 그 의미가 깊고 좋다. 날마다 세상을 여행하다 보니 어딜 가나 문헌이 있어 즐겁다. 문헌학은 언어학의 기반이 있어야, 특히 역사 언어학의 기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도 피부로 느낀다.
문헌학의 연구 대상은 글과 사람이다. 사람은 글을 쓰고 말을 한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곳엔 언어가 있고 기록이 있다. 따라서 어떤 지역의 글과 사람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역사와 언어를 알아야 한다. 고전 언어부터 현대 언어, 방언, 은어, 그리고 외래어를 판독해야 한다.
그래서 언어와 기록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문헌학이 다가오지 않는다. 어디엘 가나 문헌이 있지만 문헌을 알아보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나아가 문헌을 오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살려내는 사람은 더욱 적은 것 같다. 그래서 문헌학자는 인기가 없다. 하지만 희소성이 있어 언젠가 때를 만나면 훌륭한 역사적 인물이 될 것이다. 독일의 그림형제나 조선말의 추사 김정희처럼.
어제 서지학 세 번째 강의 자료를 만드느라 도서관에서 책 네 권을 무이자로 대출받았다. 한지(韓紙)에 관한 책, 금석학의 대가 김정희 평전, 갑골학에 관한 책 들이다. 그리고 오후엔 서울대 박물관에서 인류무형문화재 강의를 들었다. 사당패, 남사당패 등 우리나라 광대에 관한 좀 ‘껄렁한’ 내용이었다. 과거의 비속어, 은어도 다수 소개를 했다. 그러면서 강사는 “엿 먹어라”는 말은 쓰지 말라고 했다. 일종의 광대 문헌학? 하하. 너는 계룡산 신도 엿을 좋아했는데, 그리고 시험 때 학교 교문에 엿을 붙이고, 엿 선물도 하던데, 아 참 오늘 수능시험이 포항 5.4 지진 때문에 일주일 연기되었다네. 이것도 문헌 기록으로 남겠군.
집에 들어와 다시 서지학 3강 교재를 문헌학적으로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렸다. 이제 문헌학도 상당부분 인터넷으로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디지털 문헌학, 스마트 문헌학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발로 뛰는 문헌학은 여전히 문헌학에 생기를 더한다. 2017. 11. 16(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