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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문체반정

문체반정

어제 금요일(2017. 11. 10) 명쾌한 강의를 들었다. 문체반정에 대한 이야기, 조선후기 혁신적 글쟁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문체반정이 뭔가 했더니 조선 후기 정조가 당시 박지원, 이덕무, 김려, 이옥 등 실학자들의 글쓰기를 탄압한 이야기였다. 정조를 존경하던 너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정조도 보수꼴통이라는 이야기다. 하하. 물론 정조는 조선 후기 문예부흥을 일으킨 성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한영우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가 펴낸 정조평전 성군의 길에서도 정조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역사적 인물이든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네가 생각하는 만고의 진리. 하하.

 

오늘날에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아 참 좋다. 무슨 글을 쓰든 제멋인데 예전에는 글 쓰는 것 까지도 임금이 통제했나보다. 유교국가에서 성리학과 주자학에 어긋나는 잡종 글을 쓰는 것은 선비로서 또는 관료로서 합당하지 않다는 고루한 생각, 그런 생각이 정조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나보다. 물론 탕평을 위한 전략이란 평가도 있다지만 일단 순수한 글쓰기라는 입장에서 보면 정조는 그야말로 보수꼴통이었던 것 같다. 하하.

 

너는 강의를 듣는 2시간 내내 쾌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그 때 그 시대에도 깨어 있는 사람, 진보적인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그 때도 그러한 멋진 실학자들, 자유분방한 글쟁이들이 있었다는 것, 그게 정말 통쾌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유배를 가면서도 유배 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일기를 쓰고, 유배지에서도 기녀와 인간적 연애를 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사모하는 시를 쓰고 ..., 지금 돈만 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순수하고 멋진 선비의 풍류가 느껴지지 않는지 너에게 물어봤다. 대답은 오우 예스.

 

일상의 생활을 기록하고, 멋지게 묘사하고, 사람 사는 현상을 관찰하고 이렇게 저렇게, 착하게 사는 순수한 모습들을 그려내고, 스스로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솔한 인간 생활이라면 너도 100%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항상 근엄하고, 고답적이고 허세를 부리면서 뒤로는 호박씨 다 까며 할 거 다하는 그런 양반사회, 특히 수많은 궁녀들을 거느리고 온갖 유희를 즐기면서 신하나 백성들은 그러지 말라하는 이율배반 보수꼴통의 양반사회, 삼천궁녀를 거느린 걸상왕도, 세종도, 정조도 다 한 통속이 아니었던가? 하하.

 

그래서 요즘 자네가 생각하고, 쓰고 있는 생활일기 같은 글쓰기는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글쓰기를 닮은 진솔한 문학이 아닐까, 스스로 위로하며 오늘도 즐겁게 글을 쓰며 산다. 살아 있는 한 돌아다니고, 느끼고 글을 쓰는 것, 이런 게 즐겁게 느껴진다면 너도 이 시대의 실존적 문인이라고 자부해도 될까? 오늘 토요일(2017. 11. 11), 안양 대림대 평교원에서 서지학 강의를 마치고 돌아와 교보문고에 가서 성신여대 강혜선 교수가 쓴 책 유배객 세상을 알다라는 책을 사려 했으나 없었다. 그래서 주문을 해놓고 불고기 햄버거를 사먹고 왔다. 하하. 2017.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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