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컬럼

번역서의 의무와 책임

번역서의 의무와 책임

번역서를 읽어보고 또 번역을 해보니 번역서가 지녀야 할 의무와 책임을 느끼게 되었다. 외국말을 우리말로 정확하게 번역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깨알 같은 원서 한 페이지를 번역하는 데도 한나절, 아니 어려운 내용은 하루 종일 걸릴 때도 있으니. 그래서 너는 번역을 하다가도 영문과를 졸업하지 않아서 그런 걸로 착각하곤 했다. 영문과를 나왔다면 영문으로 된 책 번역을, 중문과, 일문과, 독문과, 불문과를 나왔으면 각 해당 언어로 된 책을 잘 번역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영문과를 나온 분, 해당 외국어과를 나온 분이 번역한 전공서적들을 살펴보고 외국어과를 나왔다고 전공서적의 번역을 썩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공서적은 오히려 해당 분야를 전공한 분이 의미 번역을 더 잘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역자는 우리말 문장이 꼬이고 서툰 경우가 많았다.

너는 지금까지 공동번역을 포함하여 총 7권의 책을 번역했다. 자료 보존론(1999), 어린이도서관 서비스 경영(2010), 장서개발관리론(2012), 신나는 스토리텔링(2015), 청소년 서비스 101(2015), IFLA 학교도서관 가이드라인(2017), IFLA 학교도서관 가이드라인 글로벌 응용사례(2017) 등이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네 마음에 100% 흡족하게 번역한 책은 없다. 네가 번역했으므로 네가 읽어보면 제법 통하는 것 같지만 다른 독자가 읽을 때는 오해의 소지도 제법 있겠다 싶어 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IFLA 학교도서관 가이드라인(2017)은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수록해 놓아서 좀 덜 미안하다. 독자들이 번역문을 읽다가 뭔가 의심스러우면 원문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살아보지 않은 너 같은 한국인이 외국 책을 100% 잘 번역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외국에 유학 가서 또는 이민 가서 살아본 한국인이라고 하여 외국 책을 우리말로 잘 번역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번역을 잘하려면 양쪽의 구어와 문어에 다 통달해야 하는데 그런 언어 능력자는 매우 드문 것 같다. 외국 책의 완벽한 번역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그 보완책으로 원문과 번역문을 동시에 대조하며 읽을 수 있도록 원문대조 판을 만드는 것이 좋은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면 어떤 번역자나 교정자가 번역이 어려운 원문의 내용을 몇 단락씩 내다 버리고 우리말로 적당히 위장하는 것 같은 번역의 누락과 오류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원문과 한국어의 일대일 번역과 원문의 동시 수록, 분량은 늘어나겠지만 그런 번역서가 번역의 의무의 책임을 다하는 번역서라는 것을 귀띔하고 싶다

그런데  요즘 구글이나 네이버 등 자동번역기 때문에 학생들이 번역기로 번역 리포트를 하는 바람에 어학교수들이 힘들다고 하던데. 하하. 2017. 9. 20().

 

 

 

'수필/컬럼 > 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천절의 국제정치학  (0) 2017.10.03
회상과 상상  (0) 2017.09.29
어느 절이  (0) 2017.09.20
제 눈에 안경을 찾아서  (0) 2017.09.19
간다라미술  (0) 2017.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