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과 상상
2017년 9월 28일(목), 안양박물관 개관식에 가보았다. 개관식 정보는 지난겨울 너의 ‘정보봉사론’ 수업을 수강했던, 그 박물관에 근무하는 평생 학생이 오늘 문자를 보내와서 알았다. 당일에 알았지만 야간수업 때문에 어차피 안양에 가야하니 좀 일찍 나서서 그 박물관을 구경하기로 13시 30분에 도서관을 나섰다. 문정로데오 정류장에서 1650번 광역버스를 타고 안양 비산사거리 이마트에서 내려 2번 마을버스를 타니 안양공원 바로 그 박물관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개관식이 15시라는데 14시 50분에 도착했다. 식장 입구에 들어서니 넓지 않은 공간에 축하객이 많았다. 어두컴컴한, 창고 같은 실내 공간, 국악을 공연하고 있었다. 곧 이어 개관식이 시작되었다. 스튜디오 방송시설이 없는 공간이라서 마이크가 울려 사회자의 말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역 유지 참석 인사들의 소개, 경과보고 등 형식적이고 재미없는 공식행사가 이어졌다. 네가 아는 사람은 너를 초청한 그 여직원 한분. 잠깐 반갑게 인사만 나누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박물관 전시물 투어를 할 시간이 지연되어 뒷문으로 나가보았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받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그 곳에 옛날 안양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안내문이 보였다. 안양이라는 명칭도 그 절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안양은 불교용어로 천당이라는 뜻이라는 설명이 나오는데, 하하, 천당은 기독교 용어이고 불교에서는 극락이라고 하니 그 문구를 교정해야 하겠네. 안양이 극락이라니 안양은 참 좋은 이름이네. 예전에도 안양이라는 지명이 불교용어인줄은 알았지만 안양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네.
그런데 안내 자료에 보니 안양사의 컬러 사진이 있었다. 분명 현재 있는 절의 사진이었다. 그래서 뒷문에서 안내하는 큐레이터에게 물으니 현재 안양사라는 절이 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냥 그곳이 안양사의 절터라고만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안양사는 천태종 사찰로 현재 안양예술공원 위쪽 산에 있다고 나온다. 사진도 제법 많이 떠 있었다. 하하. 그 여직원이 현재 안양사가 그 인근에 있는 줄을 몰랐던 거다. 안내하려면 그 정도는 알고 있었어야지. 하하. 어린 아가씨니 그럴 수 있지. 귀엽게 봐주자. 아무튼 다음에 그 절에 한번 가보아야겠다.
이렇게 박물관은 우리들에게 과거를 알아보게 한다. 박물관에 모아 놓은 유물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영광과 비영광의 역사를 회상해볼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역사 회상 기능이 박물관 기능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한 역사 회상을 바탕으로 우리는 미래를 설계해야 하며, 박물관은 미래설계를 방향 잡아 주는 중요한 방향타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박물관의 존재 이유이고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일 것이다. 안양의 역사가 이러이러했으니 미래에는 어찌 어찌 해야겠다는 그런 미래의 방향성을 안양의 공무원들과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일깨워주어야 한다. 어느 박물관이든 박물관은 전시를 넘어서는 발전의 디딤돌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안양의 미래를 위해서는 역사학적, 문화학적, 미래학적 안목에서 ‘안양학’을 새롭게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물관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검토할 수 있는 회상과 상상의 공간이다. 하하. 2017. 9. 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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