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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상투적 명언

상투적 명언

명언도 오래 되면 상투(常套)가 되나보다. 엊그제 방송대학 TV 일본어 기초시간에 담당교수가 첫 시간 수업을 끝내면서 좀 상투적인 말이긴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있다면서 이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으니 꾸준히 공부하면 여러분도 일본어를 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시청자를 격려했다. 좋은 격려지만 이 말을 들으며 너는 명언도 오래되면 상투어가 되는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무릇 명언이란 예전부터 고전(古典)을 통해 아니면 구전(口傳)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진리의 말씀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명언들을 읽고 들을 때마다 그 깊은 의미를 새기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은 모든 부면에서 정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명언들을 구태의연한 것, 상투적인 것으로 치부한다면 우리는 모든 부면에서 정상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동서양의 명언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네가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 명언은 중 3때 영어교과서에서 본 “Honesty is the best policy 정직은 최선의 정책이다.”이다. 이는 벤자민 플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이 한 명언으로 전해진다. 그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나서 가난하여 독학으로 공부했으나 미국의 정치, 과학, 교육 등에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이다. 네가 문헌정보학자니 정치와 과학을 제외하고 도서관의 시각에서 보면 그가 필라델피아도서관조합을 통해 미국 공공도서관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정말 위대하다. 근대 공공도서관의 아버지라고 이름을 붙여 드릴만 하지.

“Honesty is the best policy.” 이 말은 일찍이 열여섯 살 너에게도 꽂혔던 것 같다. 이건 결코 너의 자랑이 아니다. 한번 꽂힌 명언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어 너는 지금까지도 거짓말을 못한다. 정직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여러번 걸림돌이 되기도 했지만 길게 보면 디딤돌이 되기도 했다. 살면서 다른 사람들도 다 정직할 거라고 믿다가 속기도 하고 당하기도 많이 당했다. 그래서 출세는 못했지만, 그래도 네가 태연하게 스트레스 덜 받고 우울증 안 걸리고 살 수 있는 것은 너에게 정직이라는 핵무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명언은 결코 상투적인 말이 될 수 없다. 명언을 상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명언을 제대로 새겨듣지 않고 실천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공자님의 말씀 온고지신(溫故知新)”도 너무나 많이 들어서 상투적인 말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잘 새겨보면 그것이 우리의 삶에 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래되었지만 늘 새로운 것,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말, 이들은 결코 상투적인 말이 될 수 없다. 2017.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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