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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책으로도 사치하지 말자

책으로도 사치하지 말자.

책으로 사치를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에서도 고대 로마에서는 장군들이 전리품으로 책을 모았다는데 그게 유행을 탔던 모양이다. 지식인이면서 장군인 경우는 개인소장 도서관을 만들고 책을 읽고 이용시킬 수 있지만 무식한 장군이 책을 가지고 있을 경우는 지식인들의 지탄을 받았다고 한다. 책을 많이 가지고 있어봤자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오전 자원봉사센터 직원이 너의 도서관에 실사를 왔다. 자원봉사 수요처 신청을 한 데 대한 심사과정이었다. 그 직원은 도서관 책 사진을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했다. 그러면서 자원봉사자 행정관리 요령들을 일러주고 갔다. 네가 있는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너의 공간은 책으로 가득 차 있어 계단에 올라올 때 까지는 우중충 하지만 너의 문에 들어서면 책 인테리어 효과 때문에 확 달라 보인다고, 오히려 멋져 보인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불현 듯 너도 책을 가지고 사치(?)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양심의 가책이 올 때가 있다. 네가 문맹자는 아니지만 평생 책을 모아 왔고 지금도 틈만 나면 책을 사모아 이제 겨우 3천권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그 중에 네가 읽을 책은 과연 얼마나 되나? 너도 책으로 사치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 각성할 일이다.

점심으로 베트남 국수를 들이킨 후 다시 전철을 탔다. 새벽에 어떤 텔레비전에서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동양고전 주역강좌를 개설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3호선 동국대 역에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평생교육원이 있었다. 직원한테 물어보니 안내 브로슈어에서 찾아보라 했다. 그러나 찾을 수 없다고 했더니 직원이 보고는 육효강좌인 것 같은데 수강생이 없어 폐강되었다고 했다. 아 그래요? 하며 브로슈어를 다시 보니 수강료는 50만원, 그래서 속으로는 폐강되기 참 잘했네.”했다. 사립대학이라 교육비도 상업성이 다분한 듯.

남산아래 캠퍼스를 좀 걸어보았다. 비가 약간 오는데 우산을 받고. 정원 초목들이 신록을 자랑하고 있다. , 신록예찬. 이양하 선생의 청량한 수필이 생각난다. 정각원을 지나 명진관, 중앙도서관까지 다가가서 감상하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전에 너의 아들도 이 대학에 다녔고, 너도 10여 년 전 박물관 강좌, 불교학 강좌, 불교한문 강좌를 들은 적이 있어 건물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다만 캠퍼스 보도블록은 새롭게 깔아 깨끗해졌네.

바로 동대 캠퍼스에서 퇴각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초중고도서관에서도, 대학도도서관에서도, 공공도서관에서도 책은 사치품이 아니다. 내실을 기하자. 요즘 책으로 사치하는 민간도서관들이 점점 늘어나던데 너희 도서관인만은 그러지 말아야 한다. 있는 책이라도 잘 정리하여 시민에게 완전 개방해야 한다. 앞으로 10월이 오고 너의 도서관에도 자원봉사자가 오면 유별 분류라도 해 놓고 너의 문을 개방해야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이 있던데 너는 책으로도 사치하지 말라.” 2017.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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