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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느림의 미학

느림의 미학

예전엔 느린 것이 좋지 않다고들 했지. , 공부, 모든 걸 빨리빨리 하라고 했고, 또 선생님들이 그렇게 가르쳤지. 그래서 그게 좋은 줄 알았는데. 그런데 너는 본래 천성이 느렸어. 빨리 빨리가 안 되는 거야. 100미터를 아무리 힘껏 달려도 17초에 마크했으니까. 그런데 산에서 태어나 산을 배경으로 놀다 보니 산에서는 잘 뛰어다녔지. 그런데 산토끼는 한 번도 못 잡았지. 하하. 느리긴 느렸지. 그렇게 느리게 성장하며 공부하여 취업을 했지. 제법 유명한 공기업에 취업을 하니 시골사람들이 다들 좀 놀라더라고. 느려도 공부는 좀 했거든. 하하. 촌놈이 대도시로 오게 된 거야. 그것도 서울로. 물론 서울로 오기까지 5년간 지방 근무를 해야 했지만. 서울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너는 느리다고 가끔 질타를 받았지.

한번은 회사가 감사를 받는데 공문을 찾아내라고, 결정적인 문서라고 밤에 호출이 왔지. 10시가 넘었는데 다시 회사에 가야했지. 네가 공문을 접수한 사람이니 찾아내라는 거야. 강남 삼성동 회사에 밤중에 다시 출근하니 높은 분들이 많이 나와 계시더라고. 그러면서 너에게 겁을 주시더라고. 그 공문 못 찾으면 꽂을 대나갈 줄 알라고. 너는 전혀 겁먹지 않았어. 너의 성격대로 천천히 찾으면 되니까. 하하. 그래서 속으로 그 높은 전무님, 처장님들을 비웃으며 그렇게 다그치면 되던 일도 안 되는 법이니 조금만 기다려 보슈, 하고 당황하지 않았지. 그리고 파일을 차근차근 뒤져 곧 그 공문을 곧 찾아냈지. 다들 안도를 하시더라고. 하하.

만약 그 때 당황하여 허둥대었다면 아마 너는 꽂을 대가 나갔을 지도 모르지. 하하. 그 땐 그 꽂을 대가 뭔지도 몰랐지만. 그 이후로도 너의 천성은 바뀌지 않더라고. 서두루지 말자. 이게 너의 확고한 신념이었지. 그런데 오늘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강의를 들었는데 프랑스의 피에르 상소(Pierre Sansot, 1928-2005) 교수가 썼다는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라는 책에 대하여 나오더라고.

그래서 인터넷에서 다시 찾아보았지. 우선 교보문고에 떠 있는 저자 소개는 다음과 같더라고.

피에르 상소(Pierre Sansot)

1928년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 앙티브에서 태어났다. 청소년 시절 한때 집시생활을 했으나, 프랑스 인문계 수재들이 모인다는 파리고등사범학교와 소르본대학에 입학해 철학을 공부했다. 이후 그르노블과 몽펠리에대학에서 철학과 인류학을 가르쳤으며, 퇴직 이후 남프랑스의 나르본에서 본격적으로 저술활동을 해왔다. 1973도시의 시학을 출간한 이후 감각적인 프랑스, 가난한 사람들, 도시의 서정, 적은 것으로 살 줄 아는 사람들, 공원, 민감한 프랑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15권의 책을 펴냈다. 그의 저서 중 1998년에 출간한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전 세계에 느림의 물결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5아주 사소한, 그러나 소중한을 집필하던 도중 사망했으며, 이후 앙리 토르그를 필두로 한 제자들이 모여 프랑스의 위대한 지성 피에르 상소의 마지막 철학이 담긴 유고 작 아주 사소한, 그러나 소중한을 출간하게 되었다.

하하. 법정스님과 같은 위대한 수필가이셨네. 그 분의 느림의 철학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고 하네요.

1. 날마다 산책을 하라.

2. 남의 말을 경청하라.

3. 심심한 걸 즐겨라.

4. 계속 인생의 꿈을 꾸어라.

5. 묵묵히 기다려라.

6. 고향의 추억을 떠올려라.

7. 틈틈이 글을 쓰라.

8. 와인을 음미하며 마셔라.

9. 모데라토 칸타빌레. 보통 속도로 노래하라.

8번을 제외하고 어쩌면 이렇게 너의 생각과 똑 같을까. 너는 프랑스 사람이 즐기는 와인 대신 우리 전통 주 막걸리를 즐기지. 그 숙성의 향기가 너에게 숙면과 영양을 주는 모양이지. 그런데 그 느리게 산다는 것이 바로 평생학습이더라고. 그러니 오늘도 너는 100세까지 그 느림의 미학을 찾아라. 하하. 2017.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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