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바이스 시화전 관람
2017년 8월 27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하는 한중수교 25주년기념 중국 문인화의 거장 치바이스(齊白石, 1864-1957) 특별전에 가보았다. 관람 동기는 정말 우연이었다. 지난겨울 계절학기 너의 수업을 들었던 평생학생 2분이 너를 찾아와 맛있는 점심을 사주시고, 커피는 너의 도서관에서 약식으로 먹고 헤어지려는 순간 예술가인 한 학생이 예술의 전당 서예 특별전에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너도 일요일 오후 할 일도 딱히 없는데 박물관 관람은 네가 좋아하는 사안이니 은근슬쩍 그 제자를 따라 나선 것이었다.
문정에서 출발 불과 30분 만에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 도달했다. 입장료는 그 제자가 너의 몫까지 내 버렸다. 제자는 인사동에서 문인화를 개인지도하고 있는 동양화 전문가인데, 너는 말로만 들었지 실제 그 제자가 전문가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너에게 전시작품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그 박물관의 도슨트 역할을 해 준 것이다. 제자의 설명을 들으니 문인화의 문외한인 너도 훨씬 수월하게 작품들을 감상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런데 전시 관람을 하고나면 언제나 허전한 것은 그 전시물을 다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는 전시장에 갈 때마다 도록을 구입하곤 했는데 그 제자도 도록을 구입하겠다는 뜻을 내 비쳤다. 그래서 제자가 화장실에 결제를 맡으러 간 사이에 도록을 한권 사서 펼쳐보고 있는데 그 제자가 너의 뒤로 지나가서 역시 도록을 사가지고 너의 곁으로 왔다. 그래서 너는 네가 산 도록을 제자한테 건네주며 진작 선물하려 했다고 했다. 도록 값이 3만 8천이라 좀 비싸서 각자 도록을 사느니 한권을 사서 필요할 때 나눠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제자는 고마워하며 그가 산 도록을 반납 환불했다.
그런데 다소 상기된 그 제자가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오더니 너에게 그 도록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너는 속으로 아니 이친구가 선생이 학생한테 책 하나 사준 걸 가지고 뭐 다른 뜻으로 해석하고 있나 싶어 기분이 이상해서 그냥 밀어붙였다. 그냥 아무런 뜻이 없다고. 하하. 사실 너는 그 제자로부터 너의 수필집에 그림을 몇 개라도 그려주었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도록을 그림 값으로 착취할 생각은 없다. 그 제자가 자진해서 그려준다면 못이기는 척 하겠지만, 하하. 나이 차이는 많지만 이성간의 대화와 행동은 오해를 받기 쉽고 그래서 어려운 것인가 보다. 예술의 전당을 나와 차를 한잔 하고 바로 회향했다. 그래도 오늘은 심심하지 않은 ‘운수 좋은 날’이었다. 하하. 2017. 8.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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