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이 아는 안마
바람만이 아는 안마. 밥 딜런의 노래 제목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표절했다고 여겨도 좋다. 하지만 바람은 대답만 아는 것이 아니라 안마도 잘 할 줄 안다. 바람은 언제나 너의 살갗에 다가와 너를 어루만진다. 어떨 땐 살며시, 어떨 땐 시원하게, 또 어떨 땐 따스하게, 어떨 땐 세차게. 그래서 너는 바람의 안마를 계속 받으며 피지컬(physical)한 너의 감정을 살린다.
거리에 나섰다. 시원한 바람이 반갑게 맞아준다. 완연한 가을바람, 이제 여름 반소매 남방(南方)이 추울 지경이다. 너는 맨 팔에, 무소속 가슴에, 무넘버 등판에 직간접으로 시원한 바람 안마를 받았다. 송파 가락동의 시원한 거리를 걸으며 조깅하며 약 300m쯤 이동하여 점심을 약속한 죽마고우를 만났다. 친구의 첫마디도 바람이야기다. “이제 가을바람인 가봐.” 친구와 가정식 백반으로 점심식사를 같이하고, 다시 시원한 바람 안마를 받으며 오금역(梧琴驛, 오동나무 오, 가야금 금, 역 역)까지 무작정 걸었다. 오금이면 당근 오동나무 가야금 멜로디를 들어야 하지만 그것도 바람으로 대신하고 다시 전철을 탔다.
수서에서 친구를 보내고 너는 스마트 폰에 손가락으로 이 글을 쓴다. 이 세월은 손가락을 펜으로 치환했다. 종이와 볼펜을 지참하지 않아도 스마트 메모판에 손가락으로 타이핑하거나 그림을 그려도 되니. 하하. 세월 참 좋다. 더 핑거 이즈 어 펜, 더 펜 이즈 마이티어 댄 더 소드, 더 핑거 이즈 옳소 마이티어 댄 더 소드. The finger is a pen, the pen is the mightier than the sword, The finger is also the mightier than the sword. 하하. 너의 손가락에도 삽상하고 미세한 바람안마를 받으며 다시 집을 향해 조깅하며 걸었다. 바람, 바람,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오늘도 이렇게 고마운 바람을 맞으며 바람직한 세월을 보내야 한다. 바람은 하느님이 보낸 너의 천사다. 2017. 8. 3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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