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중학교
대덕은 정말 크다. 큰 대大, 큰 덕德이므로 크고도 큰 것이다. 예전에도 덕 높으신 성인을 대덕大德이라 했다. 예를 들면 高僧大德. 그래서 대전 대덕은 큰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 곳이고, 덕 높은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 곳이다. 땅의 명분상 그렇다. 그래서인지 대전엔 대덕연구단지가 있고 대덕중고등학교가 있다. 너도 대덕에 거주하면서 아들들을 대덕중고등학교에 보냈었다. 그리고 너의 본적도 현재 대전시 대덕(유성구 전민동 464-1번지)에 그대로 있다.
그런데 오늘 고양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리는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에 가서 대덕중학교를 만났다. 물론 많은 과학인재를 기르는 전국의 여러 중고등학교가 축전에 참여하고 있고, 대덕 연구단지 연구소들 그리고 전국 유명 대학과 연구소들이 대거 축전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대덕중학교 부스가 눈에 들어왔으니 너 역시 학연 지연 혈연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 너무 반가워서 그 부스에 가서 인사를 했다. 너도 그 대덕에 살았고 아이들도 대덕중고등학교를 다녔노라고 물어보지도 않은 대답을 말하고 말았다. 학생들도 선생님도 반가워했다.
대덕중학교의 프로그램은 컴퓨터로 참가자의 음성을 녹음하여 음파 무늬를 채취, 동그란 나무 조각에 음파 무늬와 이름을 새기고 색색의 나무 구슬을 꿰어 팔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너도 참여해보았다. 학생이 프로그램을 클릭하고 마이크를 주면서 녹음을 하라했다. 너는 아나운서 수험생 출신이므로 과거에 외웠던 뉴스 멘트를 큰 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종권입니다. 약진하는 메이커 심성제약 제공 엠비씨 뉴습니다. 검찰과 보건사회부 마약감시반은 오는 8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해수욕장에서 대마초밀매사범 특별단속을 펴기로 했습니다.” 이하 생략.
학생이 너의 목소리가 좋다고 칭찬해준다. 딸 아니 손녀 같은 학생인데 중3이란다. 팔찌를 만드는데 10분 정도 걸리니 주위에 구경을 하고 오라했다. 전기자동차, 계명대학교의 무인자동차를 구경하고 원자로 해체 로봇을 구경하고 10분 후에 다시 대덕 부스에 가니 예쁜 팔찌를 건네준다. 하하. 반갑고 고마워라. 그냥 오기 서운하여 너의 도서관 명함 한 장을 꺼내주고 밖으로 나왔다. 일산 벌 따가운 볕을 우산으로 막으며 한참을 걷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아까 그 학생이라면서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주차장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하니 정문으로 나올 테니 사인을 좀 해달라고 했다. 너의 책 『21세기 시민사회를 위한 명품도서관 경영』을 보았다면서 굉장히 반가워하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다시 정문으로 걸어가니 그 학생이 종이와 사인펜을 들고 달려 나왔다.
“박 00 학생 창의적인 과학 인재가 되세요. 2017년 8월 11일 이종권”
이렇게 써주었다. 최근에 나온 너의 책 『인문학의 즐거움』도 보았다면서 너의 글이 쉽고 이해가 잘된다며 또 칭찬을 해준다. 중3학생이 너의 책을 보고 이렇게 반가워하다니 참 고마운 일도 다 있지. 어린 학생이라 저자를 만났다는 게 감격스러운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을 잘 잇지 못했다. 너도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인증사진을 찍자고 해서 그 학생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었다. 독서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그 학생이 장래 꼭 훌륭한 과학 인재가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과학을 하면서도 인문학 책도 읽고 즐겁게 생활하기 바란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고 3호선 대화역을 향해 경쾌한 발걸음을 옮겼다. 2017. 8. 1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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