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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누이의 꿈

누이의 꿈

오후 2시 피서열차를 탑승하고 이 글을 시작합니다. 간밤에 누이 댁에 다녀왔습니다. 오래간만에 누이 댁에 가서 무슨 주방 같은 안내데스크 안에서 일을 하고 계신 누이를 보고 누나 나 왔어.” 했는데 누나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더 기다려 보았지만 누이는 일만 하고 계셨습니다. 서운했지만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어요. 할 수 없이 누이 집 문밖으로 나와 무슨 작은 이불 같은 포대기를 반씩 접어 간편하게 꾸려 가지고 손에 들고 걸었습니다. 계속 서운하다고 생각하고 걷고 있는데 꿈을 깼습니다.

깨어보니 누이는 작년 4월에 저승으로 가셨네요. 그러니 나를 오지 말라고 못 본 척하셨을까요? 누이의 꿈은 아름다운 문학인이었습니다. 주옥같은 글을 써서 책 2(아버지의 뜰, 비오는 날의 로맨스)을 남기셨지만 이승에선 누이의 글을 알아주는 이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누이의 꿈을 좇아 누이처럼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 어릴 때 누나와 함께 자란 고향마을 그 커다란 둥구나무 산골 집이 그립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승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들이 눈물 너머로 아롱지네요. 남 몰래 눈물을 훔쳐 안약 효과를 내고 맑은 눈으로 변신한 다음 역사책을 꺼내 몇 줄 읽습니다.

교대역에서 2, 사당역에서 4,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5, 천호역에서 8갈하고 가락시장역에서 내렸습니다. 시원한 역을 나오니 공기가 훅훅 찌는데 건너말 언덕을 걸어 넘어 인문학도서관에 왔습니다. 찹쌀현미, 납작 보리쌀, 백미, 고구마를 넣고 밥을 하고 있습니다. 오이와 미역을 넣고 냉국을 만들어 놓고, 자색 양파를 썰어 놓고, 밥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구수한 냄새 소리가 칙칙 푹푹 들려옵니다. 아직 저는 이승에 있는 게 확실합니다. 2017.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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