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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일식과 일식 그리고 책과 사람들

일식과 일식, 그리고 책과 사람들

 어제 어떤 텔레비전 과학방송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았다. 그런데 2017820일 경 미국에 가서 개기일식(皆旣日蝕, 다 개. 이미 기, 날 일, 좀먹을 식)을 직접 보고 온 과학과 사람들대표라는 분이 방송에 출연하여 인류는 개기일식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으로 분류된다.”고 비유적으로 말했다. 개기일식이 그만큼 신비한 장관(壯觀)이라는 이야기였다.

너는 일식(日蝕)을 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그런 황홀한 기억은 뇌리에 별로 남아있지 않다. 다만 일식집에 가서 일식을 먹어본 기억은 많이 남아 있다. 엊그제도 인근 해신(海神)’이라는 일식집에서 동사무소 주민자치위원님들과 일식을 먹었으니까. 하하. 하지만 그 日蝕과 이 日食은 좀 다르다. 日蝕은 해가 달에 가리는 것이고, 日食은 일본 음식이니까. 그래서 인류는 일식을 먹어본 사람과 일식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나보다.

개기일식(皆旣日蝕)은 개기(皆旣)라는 말에 방점이 있다. 다 개, 이미 기, 이미 전부 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개기일식은 이미 전부 다 먹혔다, 즉 태양이 달그림자에 이미 다 좀 먹히듯 가렸다, 뭐 이런 뜻이었다. 그래서 개기일식은 부분일식(部分日蝕)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것이었다. 하하.

그런데 과학과 사람들이라는 단체 이름을 방송에서 들으니 전에 어떤 땅 장사하던 고향 후배의 부동산 간판 땅과 사람들이란 간판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 어감은 별로 순수하지 않게 느껴졌었다. 땅 투기를 하겠다는 의도가 그 간판에 숨어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그런데 과학과 사람들이라는 간판은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고, 오히려 지적이고 순수해 보이니 왜 그럴까?

궁극적으로 인간은 땅을 소유할 수 없다. 땅에서 나서 땅으로 가는데 땅장사라니, 땅을 소유한다니, 그런 사고방식은 정말 가당치 않다. 오히려 땅 어머니에 감사하고, 자신이 궁극적으로는 땅인 것을 깨닫고,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示空空卽示色)으로 땅에, 자연에 소통, 융합하는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의 본질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후배들아, 거드름 피우지 말라. 가슴에 손을 얹고 열심히 일할 일이다. 그래 너는 이쯤해서 또 다른 사람들의 집단을 상정했다. 이름 하여 책과 사람들’. 너는 땅과 사람들보다는 과학과 사람들을 좋아하고, ‘과학과 사람들보다는 책과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들의 관계를 집합기호로 나타내면 땅과 사람들과학과 사람들책과 사람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하. 2017.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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