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과 사랑의 대화
꿈에 서울대 옆 관악산 숲에 놀러갔다. 숲 입구에서부터 여성 숲 해설가가 유창한 영어로 안내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중학교 동창 백선만이와 김기만이가 왔다. 엄청 반가웠다. 기만이는 네가 안보는 세월동안 얼마나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는지 숲 해설가와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선만이는 그냥 따라만 다니는데. 하하. 너는 기만이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부러워하며 영어로 말을 해보기는 하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하하.
그 순간 잠이 깼다. 텔레비전이 웅웅거리고 있었다. 교육방송이 켜져 있는데 대학입학 수능영어 듣기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 내용이 꿈에서 본 숲, 자연보존, 댐건설 등 내용과 부분적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하하. 텔레비전을 켜 놓고 잤더니 꿈과 생시가 비몽사몽으로 연결되었나보다. 일어나 앉아 그 프로그램을 끝까지 다 보았다. 강사의 해설과 함께 들으니 영어가 그런대로 잘 들리고 문제도 풀 수 있었다. 수능영어듣기 프로가 끝나고 베트남어, 기상학, 영어독해, 수학강의를 계속 시청했다.
그런데 너의 느낌에 교육방송 수능강의는 요령만 있고 감동은 없어 보였다. 모든 과목들을 문제풀이 위주, 요령위주로 빨리빨리 진행하다보니 원리적으로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과연 이런 강의를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어떤 과목이든 교육에는 진선미(眞善美)가 바탕에 깔려 있어 감동과 깨달음을 줄 수 있어야 할 텐데, 무슨 과목이든 인간의 참 삶을 조금이라도 담아내야 할 텐데, 수능방송에선 그러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 원리 감동교육은 정규 고등학교에서 다 하고 있기 때문일까?
옛날이야기 같지만 우리에겐 수능시험보다 인생시험이 더 중요하다. 겨우 65년을 살아보니 그렇다. 예전 속담에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했다. 맞는 말씀이다. 그런데 너의 생각엔 “수능은 짧고 인생은 길다.”로 그 속담을 패러디하고 싶어진다. 잠실 서점에 나가 100세에도 건강하실 인생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책 1961년 초판, 2017년 개정판 『영원과 사랑의 대화』를 샀다. 옛날 책이지만 새롭게 옷을 갈아입으니 또 새롭다. 2호선 열차를 타고 시내를 돌며 영원과 사랑의 대화를 좀 나누어 본다. 2017. 8. 1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