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
한 생명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데도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느낀다. 오늘 너의 삶은 단순히 부모님의 어떤 유전 인자에 의하여 주어진 것만이 아니라 무엇인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는, 어떤 위대한 하늘의 명령이 들어 있다는, 그래서 모든 개체 생명들이 그 생명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참으로 ‘기특한’ 생각이 머리에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런 생각이 맞기는 맞는 걸까? 천명사상, 신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나? 불교는 무신론 기반이라는데, 절 입구엔 신장님도 계시고, 절 위편엔 산신님도 계신다. 그래서 신의 존재를 인정해야 삶의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고 네 한 몸 잘났다고, 네가 힘이 세다고, 머리가 좋다고, 부처님 말씀, 성인의 말씀도 듣지 않고 마구잡이로 살면 그건 죽도 밥도 아니게 되지. 그런 현상은 우리 이웃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지. 신(神)은 곧 정신(精神)과 통할 텐데 세상에 정신 나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사람들은 삶의 의무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지.
네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부지런히 활동해야 한다. “활동, 이것이 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을 것이요, 많으면 크게 번영하고 적으면 작게 번영할 것입니다.” 옛날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나온 바 있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이지. 정말 그렇지. 부지런히 활동하면 잘 살고, 활력 없이 게으르면 잘 살기 어렵지. 정치도, 경제도, 학문도, 종교도 부지런히 활동하지 않으면 뒤처지게 되어 있지. 종교도, 학문도, 경제도, 정치도 활동이 많으면 크게 번영하고 활동이 적으면 작게 번영하지.
이 활동을 기반으로 부지런히 정진하여 지혜를 깨닫고 실천해야 모든 일이 원만하게 풀리고, 삶의 장면마다 멋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겠지. 우선 적당히 잘 먹어야 해. 집 밥이 최고라지만 그 형편이 안 되어 사서 먹더라도 메뉴선택을 잘 해야 해. 바쁠 때는 비지[busy] 찌개를 먹어도 좋지. 그러나 메뉴를 바꿔 가며 골고루 잘 먹되 사찰음식을 먹고 몸과 마음을 맑혀가며... 활동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가 있지. 무슨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고 고집을 부리며 단식을 하는 것은 좋은 활동이 아닌 것 같지. 단식은 위장이 고장 났을 때 안식을 주기위해 행하는 일종의 위장 물리치료 방법일 뿐. 한 일주일 굶으면 위장병이 절로 낫기도 하지. 그러나 사회정의는 잘 먹고 건강한 상태에서 다른 방법으로 표현, 구현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지.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유익한 활동을 해야 해. 다른 생명들의 삶에 평화를 베푸는 활동을 해야 해. 성인군자가 아니라도 이 정도의 활동은 삶의 의무인 것 같지. 그런데 어디 삶이 먹고 사는 것뿐이던가. 인간관계를 맺고, 연구를 하고, 발명을 하고, 정치를 하고, 기업을 하고, 기록을 하고, 기도를 하고, 너희 삶이 할 일은 너무나 많지. 이렇게 바쁜 가운데서도 잠도 자고, 운동도 하고, 우주의 생기를 받으면서 정신 줄 놓지 말고 성실히 살다보면 네 삶의 열차는 어느 새 종착역에, 인천, 서울, 대전, 부산, 제주, 파리, 런던, 뉴욕, 하와이, 슈라바스티, 저 별이 빛나는 은하 역(galaxy station), 아름답고 쾌적한 우주의 종착역에 도착할거야. 내릴 때는 모든 물건을 다 놓고 내려도 좋아. 아니 다음을 위해 모든 걸 다 놓고 내려야 해. 그 종착역은 아마도 그런 물질이 아무런 필요가 없는 극락의 플랫폼일 테니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너의 동네에 도달했네. 이제 초록 버스를 타고 절간 같은 너의 도서관에 공양하러 가보자. 삶을 활동적이고 즐겁게, 남을 도와가며 너에게 주어진 시공(時空 : time & space)을 알맞게 소비하는 것, 그게 너의 삶의 의무(mission of your life)가 아닐지? 이런 생각이 맞는지는 다음에 삼보(三寶)께 여쭈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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