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빚, 빛
빗, 빚, 빛, 이 세 가지 외마디 소리는 발음은 같아도 뜻은 매우 다르다. 그래서 이런 말은 전후 맥락을 살펴야 뜻을 알 수 있다.
빗은 머리를 빗는 빗이다. 헝클어진 머리를 빗으로 빗어야 예쁘고 단정한 머리가 된다. 여행을 가서 빗이 없으면 손가락으로라도 빗어야 한다. 그럴 땐 스님이 부럽다. 하하.
빚은 남에게 빌린 돈으로 약정 기일 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다. 요즘 가계 빚이 늘어난다고 하던데 가급적이면 빚지지 말고 사는 게 좋다. 빚의 또 다른 말 부채(負債)는 한자말이어서 좀 어렵다.
부채의 순 우리말은 더울 때 손에 들고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 이전의 물건을 뜻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손풍기’라고도 패러디한다. 우리는 부채의 나라다. 부채의 한자말은 선(扇)이다. 예전의 선비들은 부채를 들고 한껏 멋을 부렸다. 부채춤은 아름다운 우리 고전무용이다.
빛은 생명의 빛, 희망의 빛이다. 빛의 근원은 태양이다. 태양은 물과 협업하여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살린다. 예전 아시리아왕국 아슈르바니팔왕의 아슈르는 ‘태양의 아들’이라는 뜻이라고 들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광명[佛光]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잠실 석촌호수 인근에는 불광사라는 절이 있고 그 절 소속 불광출판사에서는 『불광』 이라는 잡지도 낸다. 서울에는 빛의 상징 광화문(光化門)도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따스하고 평화로운 빛을 마음껏 받아 광합성을 하자. 빛을 받는 것도 마음에 달려있다. 2017. 2. 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