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을 증명하는 독서의 계절
남녀 간의 똑똑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독서 때문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남자는 독서를 덜하고 여성은 독서를 더한다고 한다. 그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똑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학교에서도 언제부턴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공부를 잘한다. 수석은 언제나 여학생이다. 우리 때(60, 70)보다 양상이 달라졌다. 남자는 대개 덜렁대고, 으스대고, 잘난 체 하는데, 공부는 덜 한다. 여성은 대개 차분하고, 심미적이고, 독서를 좋아한다. 엄마들은 아빠들보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도 독서를 더 한다. 물론 예외적으로 덜렁대는 여성도 꽤 많지만.
독서의 수준과 이해력의 수준은 주관식 시험을 치러보면 안다. 독서와 글쓰기 기초가 있는 학생은 어떤 주제를 제시해도 답안을 써낸다. 그러나 독서와 글쓰기 기초가 없는 학생은 빤한 주제를 주어도 답안을 쓰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어느 지인이 너보고 자기소개서를 써달라고 했다. 그래서 너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기 소개서는 자기가 쓰는 것”이라고. 다소 매몰찬 거절이지만 매우 당연한 거절이다. 타인의 소개서를 대신 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과거엔 글을 모르면 불러주는 내용을 대필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요즘 문명사회에서 그런 일은 우습다.
‘학교속의 문맹자들’이라는 책이 있다고 들었다. 어느 교육대학 교수가 쓴 책이라고 한다. 안 읽어봐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문자문맹을 넘어서 학생들의 독해력이 부족한 것을 지적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문자를 아는 것과 글을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인데, 한글 문자만 아는 것을 문명이라고 하면서 우리 문맹률이 0%라고 하는 것은 허위에 가깝다. 문명의 번영은 독해력의 수준에 달려 있다. 그리고 다른 문명인들이 읽고, 공부할 수 있는 글을 써야 수준 높은 문명인이다. 그렇지 않고 낫 놓고 기역자 아는 것만으로 문맹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결문 같지만.
이 시대의 남성들은 분발하라. 책을 읽고, 이해하고, 글을 쓰고, 인문학이든 자연학이든 그렇게 열성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사서가 되려는 분들, 교사가 되려는 분들, 사서가 되신 분들, 교사가 되신 분들, 특히 교수가 되신 분들도 모두 분발하여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 독서를 권하는 사람은 먼저 독서를 해야 하고, 독서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이 당연한 말이 왜 독서의 계절에만 나와야 하는지? 그리고 높은 사람들은 왜 자기가 직접 글을 안 쓰고 꼭 대필을 시켜 결재를 하려드는지, 너도 예전에 사장의 연설문을 쓰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도 자기명의로 책을 써 달라, 자서전을 써 달라는 사람들이 있으니 과연 이것도 문화지체현상인가? 2016. 10. 3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