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컬럼

실습이 필요해

실습이 필요해

너는 오늘 우드 볼 엘리트과정 수업을 듣는 날이다. 그런데 새벽 3시에 깨어 글 한편을 써서 블로그에 올려놓고 다섯 시에 다시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9시, 아니 9시부터 수업인데,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세수하고 가방을 챙겨 너의 백마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늦었지만 너의 운전은 침착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예로부터의 교육이 몸에 배어있나 보다. 나름 실습을 해서 실제가 실습과 똑같이 된 거겠지. 하하.

학교에 도착하니 10시, 첫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었다. 다행이다. 수업 중에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동료 학생인 B교수, K교수가 왜 늦었냐며 너에게 관심을 피력했다. 그래서 너 왈, “늦잠 자부렀어요.” 이럴 땐 사투리가 제격이다. 곧이어 응급처치에 관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응급처치의 법적인 문제에 이어서 심폐소생술 강의가 계속되었다. 평소에 배우고 싶었는데 배울 기회가 없었던 중요한 주제다.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살리는 데는 골든타임이 4분이라 했다. 4분내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고, 살더라도 불구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수업을 들으니 1997년 11월에 심근경색으로 타계한 너의 조강지처가 생각나 가슴에서 눈물이 북받치려 했다. 그때 누군가 4분 내에 심폐소생술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응급처치 강의는 정오까지 이어졌다. 젊은 강사분이 자, 자, 자, 하며 말을 시작할 때마다 계속 자를 붙였다. 자가 좀 지나치다 싶었지만 자라는 소리로는 들리지는 않으니 피교육자들의 졸음을 깨우는 효과는 있어 보인다. 계속 같은 내용의 이야기지만 여러 가지 사례들을 자료영상으로 보여주면서 반복학습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강의식 설명만 있고 실습을 해볼 기회가 없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실현해야 할 행동은 설명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소화기 하나 사용하는 것도 실습을 해보아야 가능한데 이런 응급의료행위를 실습 없이 어떻게 응급상황에서 실행할 수 있을지? 우리 교육의 맹점이 이곳에도 있는 것 같아 좀 씁쓸했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연습은 실제처럼, 실제는 연습처럼 하라는 좋은 말도 있다고 들었는데 심폐소생술을 설명으로만 듣고 실습할 기회를 갖지 못하니 못내 아쉬웠다. 수료 시 강의평가에 의견을 남겨야겠다. 2016. 10. 22(토).

 

 

'수필/컬럼 > 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식을 증명하는 독서의 계절  (0) 2016.10.31
옥수수와 옥경이  (0) 2016.10.28
명예사서  (1) 2016.10.13
석가의 건강학  (0) 2016.10.10
헐버트와 한글  (0) 201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