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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명예사서

명예사서

오늘 아침 잠을 깨자 ‘명예사서’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명예사서? 이런 제도나 용어가 있기는 있는 걸까? 그런데 이런 제도를 잘만 만들면 도서관에 사서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아니 정원 제한 및 예산 때문에 사서를 더 채용하지 못한다는데 명예사서 제도를 도입하면 그 부족한 인력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박물관에는 역사교사나 학자 출신을 자원봉사 해설사로 활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몇 해 전 국립제주박물관에 갔을 때 역사교사 출신이라는 한 실버자원봉사자가 박물관 해설을 소상하게 잘 해 주셔서 정말 마음속으로 감사를 드린 적이 있다. 물론 박물관에서 그 분에게 명예학예사라는 명칭을 붙여주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 분은 박물관의 직원이 하지 못하는 고객 봉사를 하고 계셨다.

도서관도 이러한 경우를 벤치마킹하여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무료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은퇴사서들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모집하고 자질 심사를 거쳐 최신 서비스교육을 제공한 다음 명예사서 자격을 주고 인력이 부족한 도서관에 배치하여 봉사하도록 하면 어떨까? 그냥 사서출신이라고 희망하는 분들을 다 받아들이면, 그 가운데는 좀 이상한 옹고집이 있거나 선배라고 도서관 직원에게 간섭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선발 및 서비스 교육은 꼭 필요할 것이다. 그럼 보수는 무보수? 자원봉사자로 써도 좋겠으나 자원봉사만으로는 진정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일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노인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복지사업과 연계하며 추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명예사서, 그 이름도 괜찮아 보인다. 대학에 명예교수가 있는 것처럼, 명예교사, 명예사서도 좋은 이름이라 생각된다. 다만 명예교수, 명예사서, 명예교사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얻는 분들은 스스로 그에 알맞은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명예만 차지하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명예라는 말이 명과 실이 공하지 않게 된다. 사람은 늙으면 노욕이 일어나기 쉽다고 한다. “내가 이래 뵈도 과거에는 높은 자리에서 직원들을 많이 데리고 있었다.”는 등 과거에 함몰되어 늙어서도 자기 과시를 하려는 경우를 더러 본다. 이런 태도는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젊으나 늙으나 사회를 위해서 봉사하는 자세로 무슨 일이든 적극 찾아서 행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나라에서는 모든 계층이 저마다 좋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명예사서 제도는 그러한 제도적 장치중의 하나일 것 같다. 2016. 10. 13(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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