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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학교도서관

학교도서관

 

오늘 너는 위례 신도시 한빛초등학교에 다녀왔다. 인문학 학부모동아리에서 책과 도서관의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를 좀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학부모 인문학동아리가 있다는 게 반갑고 신선한 느낌. 오전 10시 약속이라 9시 40분경에 도착했다. 엄마들이 약 15명 쯤 되는 듯, 장소 문제로 30분 정도 기다리다가 10시 10분에 교실이 나서 말씀을 시작했다. 말씀드린 주제는 “책과 도서관으로 본 세계사” 방대한 주제지만 평소 특강 자료로 압축해 놓은 PPT자료를 가지고 2시간 동안 진행했다. 엄마들은 흥미가 있는 듯 아재개그를 섞은 너의 강의에 잘 반응해 주었다. 강의를 마치고 2015년에 간행한 너의 책 <인문과학 정보원> 한권을 기증했다. 인문학 동아리니 참고가 되리라 기대하며. 젊은 엄마들은 아주 활달하고 생기가 넘쳤다. 너도 덩달아 생기를 느껴본다.

위례 신도시엔 처음 가 보았지만 너의 살던 고향처럼 아름답다. 남한산성 자락이라 나무들이 뿜어내는 공기가 신선하고, 늦가을 오색 단풍도 아름다워 예전에 부르던 동요를 목청껏 부르며 산으로 가고 싶다.

 

“단풍잎이 아름다운 산으로 가자

산새 들이 노래하는 산으로 가자

맞은편을 향하여 노래 부르며

메아리가 대답하는 산으로 가자”

 

기억으로 더듬은 거라 노랫말이 정확한 지는 확실하지 않다. “맞은편을 향하여 소리 지르며” 같기도 한데, 그렇더라도 “맞은편을 향하여 노래 부르며”도 좋아 보인다. 단순히 소리를 지르는 것 보다 노래를 부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실제 노래를 부르지는 못했다.

 

한빛초등학교는 올해 초에 개교했고, 학생들은 약 5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어린이들이 나비처럼 사뿐 거리며 계단을 오르내렸다. 신설학교라 건물도 깨끗하고 식당도 좋아보였다. 도서관도 좋아 보이고 어린이도서관답게 알록달록 단장을 잘 해놓았다. 도서관 근무자가 한 분 있는데 정규직 사서는 아니라는 전언. 씁쓸했다. 도서관, 특히 학교도서관에는 전문직 사서교사가 있어서 교육적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는데, 우리의 학교현실은 인식도 실제도 그러하지 못하니.

 

너는 금년 내내 세계도서관연맹(IFLA)에서 2015년 6월에 개정한 학교도서관 가이드라인을 공부하며 번역했다. 그런데 학교도서관 가이드라인과 우리의 학교 현실은 아직도 거리가 너무 멀다. 가이드라인은 학교도서관은 학교의 공동학습장으로서, 사서는 교과교사와 동등한 자격과 능력을 갖춘 전문 교사로서 교사들과 협업하여 교육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학교도서관의 본질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선진국이라면 이러한 학교도서관의 본질을 하루 빨리 구현해야 한다. 교육의 기초, 인문학의 기초는 학교도서관에서 다져지기 때문이다. 2016. 11. 1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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