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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영화 고산자

영화 고산자

 

연휴가 길어 하루가 지루할 것 같아 밖으로 나갔다. 어제 마음먹은 대로 영화 고산자를 볼 생각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나의 도서관 인터넷이 안 되어 스마트폰으로 가까운 고산자 상영관을 검색하니 잠실 롯데시네마가 나왔다. 그곳을 스마트폰 내비에 입력하고, 버스를 타고 잠실에 내려 내비를 켜니 유턴하라고 일려준다. 방향이 영 아닌 것 같아 지하상가로 내려갔다. 내비는 차량용이지 도보용은 아닌 듯. 방향 감을 잡을 수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 경비원에게 물으니 진짜 방향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노(老)는 노(no)서비스. 다시 조금 더 들어가 유니폼 차림의 롯데 몰 안내데스크 아가씨한테 물으니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롯데마트까지 계속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리면 된다고 방향과 층까지 알려주었다. 역시 서비스 교육을 받은 사람이 다르다. 신축한 123층 롯데건물이 있는 그곳, 롯데월드 몰 5층에 롯데 시네마가 존재하고 있었다.

추석연휴라 그런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 영화관 앞에서 영화표를 사기 위해 서성거리며 두리번거렸다. 자동기기로 터치, 터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몇 번 시도해보다가 자꾸 막혀서 상영시간만 확인해가지고 티켓 창구로 가서 줄을 서 고산자 표를 구했다. 2시 10분 상영, 남아 있는 좌석은 3자리, 5층 6관 I열 10번 좌석을 택했다. 요금은 11,000원.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3층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 세트로 점심을 해결했다. 햄버거 가게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3층 하이마트에 가보았다. 그곳에는 명절이라 그런지 고객들이 별로 없어 썰렁하다. 매장이 깨끗하여 날릴 파리도 없는데, 직원들이 뻥하니 서 있었다. 심심하겠다. 그래도 평소에는 장사가 잘 되기에 저렇게 버티고 있겠지.

상영시간 10분전에 입장을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통로를 따라 극장에 들어가니 급경사진 좌석, 세로 열은 A, B, C, D, E, F, G, H, I, J 까지, 가로 열은 1, 2, 3, 4, 5, 6, 7, 8, 9, 10, 12번 까지, 약 120명 정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좌석이 꽉 찼다. 롯데 시네마에 처음 와보아서 다음을 위해 좀 자세하게 스케치 했다. 왜 세로 열은 A, B, C를 썼는지, 우리 좋은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를 놓아두고 말이지. 한글을 전용한다면서 말이 다르잖아. 교육효과가 없잖아. 10여 분간 광고화면이 나왔다. 화면이 크니 영상효과도 큰 것 같다. 드디어 본영화가 시작되었다. 120명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동영상을 지켜보았다. 팝콘 먹는 소리만 조금씩 들여올 뿐. 웅장한 영화음악과 대사에 모든 소리가 숨었다. 나도 숨을 죽이고 2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내가 근래 현대식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영화의 콘텐트는 거의 다 픽션이었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저본으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역사적 사실을 더 중요시하는 나로서는 좀 허탈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로만 보라는 말을 되새기며 허탈함을 참았다. 나의 바람은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 하려면 역사공부를 좀 더 철저히 하여 고산자의 대동여지도가 갖는 그 시대적 의미와 가치를 역사자료로 좀 입증하면서, 역사에 없는 것들은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작품을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오늘 본 작품은 온갖 현대 영상기술을 동원하여 만드느라 고생은 참 많이 했겠지만, 영화라 그런지 억지스런 흥미요소가 너무 많아 좀 자의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역시 나는 영화리터러시가 부족한가보다. 그런데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고 古山子와 大東輿地圖가 무슨 뜻인지나 제대로 알까? 古山子는 김정호의 호이고, 大東은 우리나라를 뜻하고, 與는 더불어 라는 뜻이고, 地圖는 그대로 지도이니 大東輿地圖는 ‘지도로 (더불어) 본 우리나라’ 라는 뜻일 텐데, 이걸 말해주는 어른들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아무튼 2시간동안 귀가 먹먹하게 시간은 잘 보냈다. 앞으로도 가끔은 나의 문화리터러시를 기르기 위하여 이런 극장에서 좋은 영화를 좀 보아야겠다. 집에 오니 텔레비전에서 손연재의 갈라쇼(Gala Show)가 나왔다. 발랄한 남자 아이돌과 함께한 멋진 쇼였다. 2016. 9. 1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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