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와 다례
차례와 다례는 무엇이 다를까? 절에서는 다례라고 하고 속가에서는 차례라고 하는데. 쉽게 생각하면 차례는 차를 올리는 예식이고 다례는 다를 올리는 예식이다. 결국 차나 다나 같은 건데 한자의 발음 차이다. 茶자를 차로 읽으면 차요, 다로 읽으면 다다. 그래서 흔히들 녹차, 홍차, 보리차, 옥수수수염차 등으로 차를 쓰면서도 좀 드물게는 다도, 다례, 다과회, 다과점 등 다를 쓰기도 한다. 사람들은 같은 의미의 말이라도 변화 있게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 속성을 지녔다. 그러하지 않고서야 같은 대상을 굳이 다르게 표현할 까닭이 없다. 아버지를 아빠, 아버지, 부친, 어머니를 엄마, 어머니, 모친, 맘(mom), 책을 책, 전적, 서적, 도서 등으로 부르는 것도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하. 인간은 변화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호모 사피엔스 체인지(change, 體仁智)?
오늘 추석이라 영등포 아들며느리 집에 가서 며느리가 정성스럽게 차린 다례 상으로 차례를 지냈다. 조상님의 영혼을 맑고 평화롭게 하여 주시고, 이 세상 모든 생명들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하여 주시고, 77억 지구촌 인구를 다 평화롭게 하여 주소서. 기도는 이렇게 했다. 우리 집은 이제 내가 제일 어른이라 전통제사의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 시대, 새 먹거리, 새 다과, 새 마음, 새 기도문으로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 옛 어른들이 보면 상놈이라고 야단치시겠지만, 우리는 정보사회에 살고 있는 진짜 서비스 인간들이니 상놈이라고 해도 전혀 서운할 게 없다. 이렇게 하니 버리는 음식도 적고, 세 세대 성향에도 맞아 서로 기분이 좋다. 일전에 사육신이 맞느니 어쩌니 하면서 상대방 제사상을 둘러엎었다는 뉴스는 그래서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2016. 9. 15(목)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