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시간이 아니라 품질이다
동아일보 2016. 8. 20(토)에 유연근무제 도입의 장애요인에 대한 기사가 떴다. 그 기사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유연근무가 정착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인 근로시간부터 줄여야 한다. 절대적인 근로시간이 줄지 않으면 유연근무제가 정착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자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2015년 기준)은 2113시간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1766시간)보다 43일(하루 8시간 근무 기준) 더 많은 것으로 한 달 평균 근무일을 22일로 잡는다면, 한국 근로자는 평균적인 OECD 회원국 근로자보다 두 달이나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1년 평균 근로시간이 2113시간이라, 그래서 주간 근무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52주로 나누니 40.63시간 정도 된다. 전에 내가 공기업에 근무할 땐 주당 44시간이었다. 토요일은 반공일(半空日)이어서 4시간을 근무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부턴가, 근로시간이 줄어서 토요일엔 2팀으로 나누어 번갈아가며 쉬었다. 그래서 ‘놀토’와 ‘갈토’라는 우스운 용어가 등장했었다. 그 후 또 얼마 안 가 토요일은 아예 공휴일이 되었다. 직장생활 참 편하게 되었는데 나는 이 편한 세상이 되기 전에 학문에 뜻을 두고 그 좋은 회사를 퇴직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 후 참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정보사회가 되니 유연근무제가 등장하여 근로자가 일하는 요일과 시간을 선택하여 일정 시간을 일하면 되는 유연한 근로제도가 등장한 것이다. 출퇴근 시간을 선택할 수도 있고, 근무 요일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쉰다. 참 좋아졌다. 그런데 오늘 동아일보 신문기사에는 유연근무제가 정착되려면 근로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고 나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씩 40시간 근무하는 현행 근로시간을 더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다. 이제 우리도 미흡하지만 복지사회로 들어섰으니 당연한 생각일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시간 단축도 중요하지만 업무는 품질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시간은 양의 개념이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해도 태만하거나 무성의하면 업무의 성과는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유연근무제도 양보다 질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그 제도의 실패를 막는 방법일 것이다. 그 다음, 요즘은 휴일이나 휴가 중인데도 스마트 폰으로 업무를 지시해서 불안하다고 한다. 이것은 휴일 품질의 문제다. 휴가나 휴일도 양보다는 질이다. 직장에서는 종업원들의 휴가 품질을 관리하라. 유연근무제든 아니든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놀 때는 신나게 노는 근로품질(quality of working life)을 실현하는 것이 복지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 아닐까? 이 역시 노사가 오순도순 합의해야 할 것이다. 2016. 8. 2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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