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답이다.
화피초목(化被草木), 뢰급만방(賴及萬方). 임금의 덕화가 풀과 나무를 교화시키고, 임금의 힘이 세계만방에 미친다. 천자문에 나오는 문구다. 천자문은 일찍이 서당의 기초 교재로 사용되어 왔고 지금도 여러 출판사에서 새로운 해설 판을 내고 있다. 그런데 아직 내가 바라는 천자문 해설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내가 바라는 천자문 해설서는 우선 원문을 제시하고, 원문의 뜻을 신세대 말로 쉽게 풀고, 영어로도 해석하고, 원문에 등장하는 漢字가 들어간 주요 어휘들을 제시하여 그 뜻을 풀어주는 책이다. 이렇게 하면 영어를 좋아하는 세대들이 천자문의 본뜻을 영어로도 익힐 뿐 아니라, 관련되는 국어의 어휘까지 아울러 익힐 수 있어 한자, 영어, 국어를 동시에 공부하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실 나는 한 3년 전부터 이 작업을 해 오고 있다. 그런데 여러 다른 일 때문에 아직 작업을 절반도 하지 못한 상태이다. 또한 시중에 천자문이 저렇게 많이 나와 있으니 내가 또 책을 내 보았자 잘 어필할 것 같지도 않아서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우리의 출판시장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아무리 내용이 좋은 책이라도 서점에서 좀 띄워주지 않으면 나가지 않는다. 신간인데 벽면서가 저 꼭대기에 한권 꽂아 놓으니 누가 알고 그 책을 선택하겠는가? 고객이 지나다니는 평면 대에 10권이라도 배치해 놓아야 독자의 관심을 좀 끌 수 있다. 대형 출판사들은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시스템경영을 하기 때문에 그런대로 잘 되는데, 영세 출판사들은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저자에 의지하고 있어 출판하는 책마다 인쇄비만 손해 본다고 울상이다.
아쉽다. 1인 출판, 독립출판 책이라도 그 덕화가 민초를 교화시키고, 그 힘이 세계만방에 미치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한강의 소설처럼 말이지. 결국 저자와 출판사의 능력문제이겠지만. 출판에도 빈곤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 같다. 이러한 빈곤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리는 것이 출판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문화가 답이다, 라는 조윤선 문화부 장관 내정자의 책이 있다. 장관님 되시면 출판문화도 답이다, 라는 책도 한 권 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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