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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철도 독서문화 운동

철도 독서문화 운동을 제안함

2016년 8월 11일(목), 선배 교수님과 장항선을 타고 서천 국립생태원에 여행을 갈 때의 일이다. 열차에 타지 마자 그 교수님은 작은 가방에서 책 두 권을 꺼내 나에게 한 권을 건네주었다. 열차에서 책을 읽자는 제안이었다. 아, 좋지요, 감사합니다, 하며 책을 받아들었다. 죽음에 대비하는 심리학적인 책이었다. 요즈음은 죽음에 관한 책도 서점에 제법 나와 있다. 나도 나이가 드니 그 주제에 관심은 있었지만 미처 사지는 못했었다.

책을 펴들고 머리말과 목차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열차 내 조명이 어두워 읽기에 영 불편했다. 더구나 열차가 터널에 들어갈 때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읽다가 덮었다가 하니 맥이 끊기고, 재미도 없고 해서 30분도 못가 책을 덮고 말았다. 그 교수님도 마찬가지였다. 책은 다시 그 교수님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창밖을 보다가, 졸다가, 대화를 나누다가, 물을 마시다가 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까 독서를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요즘은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열차에서 책을 잘 읽지 않는다. 특히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 남녀노소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아니면 주무시거나.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그런데 그날 겪어보니 열차에서는 책을 읽고 싶어도 조명이 어두워 읽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열차의 조명은 잠이나 자라는 조명, 아니면 스마트 폰 화면이나 보라는 조명 같았다. 스마트 폰 화면은 어두운 데서는 더 잘 보이지.

이래저래 열차에서는 책을 읽지 않게 되었는데, 그러나 아직 우리 같이 책을 읽고자 하는 백성도 좀 있으니 좌석마다 승객이 선택적으로 켤 수 있는 독서등을 달았으면 참 좋겠다. 아니면 각 열차의 한 칸을 독서열차로 지정하여 독서환경을 조성해 주면 그 분위기에 따라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철도도 이런 독서문화마케팅을 좀 하면 어떨까? 표를 살 때 독서 좌석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자기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열차 도서관의 책을 보다가 다 못 보면 대출을 좀 해주면 어떨까? 컴퓨터가 좋으니 그런 철도망 도서 유통관리는 어렵지 않은 일일 텐데. 우리가 문화강국이 되려면 생활의 도처에서 독서를 부활시켜야 한다. 열차 독서운동, 열차도서관 운동은 철도 인문학의 기초다. 2016. 8.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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