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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우등 버스 승객의 윤리

우등 버스 승객의 윤리

모처럼 우등 버스를 타고 여행을 했다. 서울에서 세종까지. 우등 버스는 좌석이 일반 버스보다 넓다. 일반 버스의 좌석은 45석, 우등버스의 좌석은 30석 정도 되는 것 같다. 내 좌석은 오른 편 창 쪽의 외줄로 배치된 단독 좌석이었다. 그래서 좀 편하게 가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바로 앞좌석의 승객이 예고 없이 의자를 뒤로 재껴 내 얼굴을 덮쳤다. 안경이 벗어지려는 찰나에 나는 얼굴을 피했다. 다행히 상처는 나지 않았다. 그 청년은 또 뒤를 한 번 휙 돌아보더니 다시 의자를 한 단계 더 재껴 침대처럼 만들었다. 그리고는 방자하게 누워서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의 장배기가 내 코앞 30cm 정도로 가까워졌다. 내 앞 공간이 그의 침대 밑으로 되어 다리를 두기도 불편했다. 그래서 나도 의자를 약간 뒤로 재껴 공간을 좀 확보했다. 그렇게 2시간. 앞 사람에게 말을 해볼까 하다가 그냥 참았다. 싹수가 없어 보여 괜히 한마디 했다가는 봉변을 당할 것 같았다. 그러면서 버스회사에 의자를 좀 개선하면 좋겠다, 건의하기로 마음먹었다. 의자를 한 45도 정도만 재껴지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야 뒤 승객이 불편이 없겠다고. 이제 승객들의 윤리를 기대해서는 안 되겠다고. 지하철 탈 때 내리기도 전에 타는 걸 보라고, 어딜 가나 이제 배려의 윤리는 없으니 기계적으로 질서를 잡을 수밖에 없겠다고. 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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