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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평생교육 단과대학 소고

평생교육 단과대학 소고

요즘 대학이 이상해지고 있다. 학문의 전당에서 장사를 하려 드니 이상하지 않은가. 하기야 예전부터 인문학도 없애고, 쇼핑몰은 들어오고, 연구 비리에다 이상한 사건들도 종종 터지고, 좀 이상하긴 했다. 요즘 뉴스에 들으니 이화여대에서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문제를 두고 대학당국과 학생들 간에 심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경찰까지 대거 동원해서 데모하는 학생들을 해체시켰다고 하니 참 볼썽사납다. 학문의 전당에서 교수나 학생이나 지성인들이 보여줄 모습은 아니기에.

평생교육은 평생교육다워야 한다. 학생들은 그 대학의 전통과 학풍 그리고 순수성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평생교육을 단과대학으로 만들어서 직장인들을 끌어들여 기존 대학 전통에 물 타기를 한다니 학생들이 반대할만한 하다. 교육부에서 평생교육 정책을 그렇게 변질시키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지. 평생교육은 기존의 평생교육기관도 많고 학점은행제도 있어서 대학 밖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 유서 깊은 방송통신대학교도 있어 평생교육의 길은 활짝 열려있다. 그런데 굳이 이름난 대학에서까지 그 이름을 이용하여 장사를 하려 드니 말이 되는가. 평생교육단과대학을 나와서 나 이대 나왔소, 하고 자랑할 수 있는 길을 터주려는 건지는 모르지만.

한국방송통신대학교도 처음 설립당시에는 서울대학교 부설로 있었는데 그때도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방송대 학생들이 서울대 학생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안가 방송대는 독립선언을 하여 지금껏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오고 있다. 방송대 출신 중에 국회의원도 있고, 판검사도 있고, 대학교수도 많다. 이제 나 방송대 나왔다고 해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평생교육은 평생교육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다. 아마 명색은 평생교육의 질 운운할 것이지만 실제는 전임교수들의 자리보전 및 학교 수입의 확충이라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평생교육 학점은행제 수업은 정규대학의 수업 못지않게 탄탄하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매우 타이트하게 통제를 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자세와 열정은 어린 대학생들보다 훨씬 낫다. 그들은 배움이 절실하여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를 노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수업시간에 떠들지 않는다. 진지하게 질문하고 대화도 잘한다. 그들은 학교가 좋고 나쁜 것에는 관심이 적은 것 같다. 물론 서울대에서 학점은행제를 한다면 그쪽에 귀가 솔깃할 테지만. 그래서 서울대 평생교육원은 학점은행제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얼마 전 교육정책당국자가 국민을 개돼지라고 막말을 해서 쫓겨났다. 평생교육정책도 그 사람의 영향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평생교육단과대학은 좀 이상한 정책 같다. 평생교육정책은 평생교육정책다워야 한다. 평생교육을 기존의 대학에 단과대학으로 설립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 그렇게 하면 많은 비정규직 평생교육강사들의 일자리를 전임교수들이 앗아갈 것이고, 학생들은 사립대학의 비싼 학비에 시달릴 것이고, 대학의 울타리에서 느슨한 학사 운영을 할 게 뻔하고. 이렇게 불합리한 평생교육정책은 거두어들이는 게 맞다. 2016. 8. 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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