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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움직이면 길이 보인다.

움직이면 길이 보인다.

우리는 움직이는 생물이기에 한 곳에서만은 살 수 없다. 주거하는 집이 있지만 언제나 집에만 있지는 못한다. 물론 좀이 쑤시는 정도에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나들이는 좋아한다. 나들이 욕구의 바로미터를 0에서 100까지로 놓고 본다면 나는 한 80정도에 있는 것 같다. 나도 대단한 동물인거지. 오늘도 나가고 싶어 이 글을 시작했다. 나갔다가 와서 이어서 쓰기로 한다.

나갔다 왔다. 멀리 가지는 않고 착한 가격의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잡화점에 가서 복사지와 메모패드를 사왔다. 이제 잡동사니는 사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런 것은 살 때뿐, 한 일주일만 지나면 별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다 나른 잡동사니 그 얼마며, 버린 잡동사니 또한 그 얼마던가.

나가 다녀보니 어제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제 밤 텔레비전을 보니 60년대 서독에 광부로 갔던 80대 할아버지가 예전에 독일에서 운 좋게 금맥을 캐어 열성적으로 골동품을 사 모아 고국에 가져왔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개인이 보관하기에 능력의 한계가 있어 10여 년 전에 청주시 어떤 구청에 기증했는데, 구청에서 관리를 잘 못해 케네디 우표 등 없어진 것이 많아 그 할아버지가 허탈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 어른의 수집과 열성은 대단했지만 본인이 관리할 수 없어 행정기관에 기증한 이상 이제 마음을 비우는 것이 본인의 생을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물건이란 아무리 잘 관리해보았자 천년만년 가지는 못한다. 아무리 귀중한 물건이라도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물건들보다 그 할아버지가 먼저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니 너무 물건에 집착하지 않는 편이 그 분의 건강한 여생을 위해서 더 나은 방법 아닐까 하고.

물론 중앙정부 및 지방행정기관들도 행정박물자료 및 수증자료들을 잘 보존 관리할 책임이 있다. 아카이빙의 대상은 공․사문서만이 아니라 유물도 당연히 포함된다. 지역의 기관마다 체계적인 아카이빙 플랜을 수립하여 지구촌의 역사유물을 후세인들의 교육과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행정의 역사적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러기에 국가기록원, 기록관 등을 설립하여 박물 전문가를 배치하고 보존 관리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행정당국이나 공무원들이 기록관이나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관련 행정법을 잘 지키지 않고 있다.

결론 및 제안은 두 가지다. 첫째, 노인들은 과거의 공과에 대하여 이제 마음을 비우는 게 좋다. 둘째, 행정당국과 젊은이들은 우리나라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법을 잘 지켜야 한다. 법이 불합리하면 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보완해 가면서.

엊그제 헌법재판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 법”을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이제 그 법도 잘 지키면 된다. 모순이 있으면 개정해 가면서. 그러면서 역시 도서관법,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도 잘 지켜야지. 어떤 법이든 편법을 동원해서는 안 되지. 아무리 법으로 망을 쳐 놓아도 빠져나가려는 율사들이 있으면 안 되는 법이지. 그러기에 어떤 분은 법이 많으면 나라 망한다고 했지. 국회에서도 법률 제안 건수로 의원의 능력을 평가할 게 아니라 기존 법률들의 불합리와 모순을 얼마나 잘 바로잡는가를 가지고 평가해야지. 법만 많으면 뭐하나 제대로 지키지도 않을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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