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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도서관 몰(mall)

도서관 몰(mall)

몰(mall)은 몰려 있다는 뜻인가 보다. 사전에서 몰(mall)을 찾아보니, 쇼핑센터, 나무 그늘이 진 산책길, 나무 그늘진 길, 정도로 나온다. 그래서 상품이 몰려 있든, 나무가 몰려 있든, 몰은 몰려있다는 뜻이 확실하다. 영어인데 어찌 이리 우리말 뜻과 비슷할까? 그래서 인류의 어원은 어느 정도 공통 어원이 존재한다는 해석도 가능한가 보다.

오늘 잠실 롯데 쇼핑몰을 둘러보고 떠오른 생각은 도서관몰이다. 도서관몰은 아직 없는데, 정의하자면 각종 도서관이 몰려 있는 도서관 마을(library village) 정도가 될 것이다. 도서관몰에는 유아도서관, 초등학생도서관, 중학생도서관, 고등학생도서관,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 병영도서관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야 한다. 그곳에 가면 도서관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그러한 도서관몰은 모든 시 단위에 한곳씩 있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대전광역시 도서관몰 하면 대전의 각종 도서관이 다 몰려있는 것이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센터로 말이지. 그래서 그 도서관몰을 보고 벤치마킹하여 시내 또는 전국 곳곳에 각종 도서관을 설치 경영하면 도서관을 통한 평생교육문화가 융성해질 것 같은데. 이런 발상은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되겠지. 그러나 그리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느 한 지자체가 나서서 이런 도서관몰을 만들고 그 도서관몰에서 평생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한다면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같은 허무맹랑한 발상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은 원래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책당국자들이 이런 걸 잘 모르는지, 알면서도 귀찮아서 안 하는 건지, 도서관의 본질 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 또 교육부의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과 문화부 산하 공공도서관이 다 다르며, 상호간 협력도 하지 않으니 우리나라 도서관은 그야말로 소통 부재다. 사람들은 도서관을 자료 대출 반납하는 곳, 독서실 이용하는 곳으로 알고 있고, 간혹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도서관이 인기 끌기 위해 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필자가 인근 공공도서관에 여러 번 가 보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참에 도서관을 평생교육기관으로 격상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도서관에 검정고시대비반을 만들라. 학점은행제도 개설하라.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승인을 안 해줄지 모르지만 도서관은 원래 평생교육기관이다. 평생교육은 도서관의 본질이며 사명이다. 도서관은 평생교육을 가져와야 한다. 도서관 CEO들은 이점을 분명히 하고 도서관을 경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