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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도서관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다

도서관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다.

요즘 문헌정보학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어떤 대학은 학과 명칭을 바꿨다고 들었다. 변화는 언제나 시대의 발전에 따라 있어 왔고 또 필요한 것이지만 작금의 문헌정보학 변화는 좀 그 성격이 다른 것 같다.

문헌정보학은 원래 도서관학에서 나왔다. 정보화시대가 전개되면서 도서관은 그 좁은 울타리를 넘어서 정보사회로 그 외연을 확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학문의 명칭도 문헌정보학으로 개선됐다. 그런데 그 후에도 문헌정보학은 위상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과거의 도서관학과 새로운 정보학 사이의 갈등 속에서 도서관의 본질을 정립하지 못하고 컴퓨터와 인테리어에만 급급한 양상을 띠었다. 문헌정보학은 분류학도 아니고 컴퓨터학도 아니고 인테리어학도 아닌 어정쩡한, 특별한 전문성도 없는 학문 아닌 학문으로 치부되었다. 다른 전공자들은 문헌정보학을 학문이라고 보지도 않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그래도 문헌정보학은 커리큘럼을 개선하지 않고 대학에서 그냥 그렇게 세월만 보내고 있었다.

한국문헌정보학은 다시 살아나야 하고, 다시 살려내야 한다. 이런 일을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문헌정보학자들과 기득권을 가진 사서공무원들이다. 문헌정보학자들이 대학이라는 직장에 안주할 게 아니라 개혁의 길을 선도하고 동참해야 한다. 사서공무원들도 직장의 울타리에 안주할 게 아니라 도서관 서비스를 시대에 맞게 개혁, 개선해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기존 직장의 안락에서 벗어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나도 프리랜서지만 마찬가지였다. 기득권의 벽에 눌려 어떠한 제안도 할 수 없었고, 제안을 하더라도 말이 안 된다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모든 학문은 시대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과학기술분야가 아니라도 학문은 저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그 옷은 외적인 것이라기보다 본질적, 기능적이어야 한다. 도서관의 본질은 인간에 있다. 도서관의 인간은 사서들과 이용자들이다. 이는 문헌정보학에서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개선되지 못했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할 것 없이 도서관은 시설과 인테리어 일변도였다. 그곳에 사람은 관리자 이외에는 없었다. 그래서 전문성도 없었다. 아무나 임시 계약직으로 쓰면 된다.

문헌정보학과 도서관 정책 책임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유능한 사서들을 길러 도서관서비스를 사람 중심으로 재편하는 일, 이것이 우리 문헌정보학이 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다. 사서는 경영자라야 한다. 사서는 학자라야 한다. 사서는 행정 관리자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기획경영자이다. 그래서 문헌정보학은 문헌정보경영학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도서관은 언제 어디서나 인간 중심, 즉 인문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사람이 있어도 사람다운 사람이 없는 그런 도서관은 더 이상 도서관이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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