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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조선불교유신론> 새 번역판을 보고

<조선불교유신론> 새 번역판을 보고

오늘 잠실 교보에서 좋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일제강점기 때 실천적 학승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을 현대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다. 책의 제목은 원전과 같은 <조선불교유신론>이고 2015년 7월 민족사에서 출판했다. 번역자는 현재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역사학도였다. 우선 몇 장을 읽어보니 내가 평소 기대하던 좋은 번역이었다. 너무 반가웠다. 구한말 당시의 국한문 혼용체 문장을, 원문을 먼저 제시하고 현대의 우리말로 쉽게 해석해 놓았다. 그리고 원전을 영인하여 책 뒤에 같이 실어 놓았다. 고전은 이러한 작업이 꼭 필요하다. 언어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으므로 고전도 시대에 맞는 언어로 바꿔주어야 한다.

이 책은 나에게 큰 용기를 준다. 나도 이런 식으로 동양 고전을 좀 번역해보고 싶다. 능력은 부족하지만. 우선 1914년에 부산 범어사에서 간행한 국한문 혼용체 한용운의 <불교대전>을 금년 2월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찾아 복사해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을 이런 식으로 번역해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꼭 실행에 옮길 것이다. 고전의 번역에는 꼭 원전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좋다. 원전을 보고 대조하여 그 번역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영어로 번역된 게 있으면 함께 실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번역에는 전공학벌 같은 건 필요가 없다. 원문의 뜻을 현대어로 잘 풀어낼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조선불교유신론>도 불교학 전공자가 아니라 역사학 전공자가 해 놓으니 더 신선한 것 같다. 고전의 현대화 작업은 이 시대 능력 있는 학자들이 해야 할 사명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오늘 큰 소득을 얻었다. 학문은 유신을 거듭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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