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지지 palindrome
사전의 ‘지지’라는 의미 설명에는 더럽다, 더러우니 만지지 말라는 뜻은 나오지 않지. 현실에서는 지지를 아가들 한데 뭘 못 만지게 할 때 많이 쓰는데도 사전 풀이에는 없지. 지지는 知之라고 생각할 수 있지. 그게 뭔지나 알고 만지라 이거지. 밥인지, 코딱진지, 똥인지 구분을 못하니 좀 알고 만지라 이거지. 논어에도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라는 구절이 있지.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솔직히)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진정 아는 것이라는 뜻이지.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걸 경계하는 말이지.
애비애비 지지지지. 여기서 애비라는 말은 무섭다는 뜻이지. 애비는 아비에서, 아비는 아버지에서 나온 말인 것 같지. 예전에는 아버지가 엄격했지. 그래서 집안에 규율 질서를 잡는 가장으로 군림했지. 아버지는 무서웠지. 가족들은 아버지의 말을 반드시 듣고 따라야 했지. 거역하면 불륜아 또는 패륜아라고 했지. 논어에는 군군신신부부자자라는 말도 있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말이지. 다 자기의 기능과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지.
또 삼강오륜(三綱五倫)도 있었지. 삼강, 즉 세 가지 행동강령은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으로,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부인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말했지. 오륜은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으로 각자 상대방과의 인간관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 그 세부적인 뜻은 설명하기로 말하면 너무 길지. 그러니 사전에 찾아보시기 바라지. 또 신라의 화랑도에는 세속오계라는 것도 있었지. 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교우이신(交友以信), 임전무퇴(臨戰無退), 살생유택(殺生有擇). 원광법사가 가르친 말이지.
그런데 지금은 이런 윤리강령들이 다 고리타분한 말로 들리지. 현대는 정보문명사회라 그런지 다들 저 잘났다고 떠들며 정보프로듀서가 되어 네트워크에 나서고 있지. 이제 예전의 인간질서는 거의 다 무너졌지. 가장 기본적인 가정윤리도, 교육윤리도, 정치윤리도 다 무너지고 있지. 선과 악의 구분도 없어지고, 집안에 무서운 어른도 없고, 그래서 무서운 사람이 없으니 저마다 안하무인이 되고,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무차별 살인, 테러, 전쟁을 일으키면서 지구를 위험한 동네로 만들고 있지. 오늘 아침 뉴스에도 그 사례가 나왔지. 어제 의정부 어떤 가정집 냉장고에서 여자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끔찍한 뉴스, 독일 뮌헨에서는 무차별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나 8명이 죽고, 테러범 1명은 자실했다는 천인 공로할 뉴스가 나왔지.
오호통재라. 세계적으로 통제 좀 잘할 수 없나. 유엔은 뭐하고 강대국은 뮈하고 다들 뭐하고 있지? 그런데 아침부터 그런 생각하면 너무 어두우니 기분을 전환해야지. 영어 좀 하는 사람은 아마 palindrome[pǽlindròum]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 같지. 영어사전에는 그 의미를 “회문, 4각 연어, 앞뒤 어느 쪽에서 읽어도 같은 숫자” 라고 설명하고 있지. 예를 들면 이런 거지. MOM, MADAM, 77, 757, 88, 898, 8998, 지지, 지지지지.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똑 같은 거지. 2016. 7. 23(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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