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컬럼

도서관 서비스 헌장

도서관 서비스 헌장

오늘 인근 공공도서관에 가서 2주 전에 빌린 <전혜린> 전기 대출기간을 연장했다. 그리고 디지털자료실에 가서 내 이메일로 보낸 글 가칭 <아빠의 인문학> 140장을 프린트해 왔다. 그러면서 도서관 전공자랍시고 또 그 도서관의 서비스에 대한 인상적 그림을 그려보았다.

우선 도서관 안내 데스크에는 아저씨 두 분이 앉아서 현관으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뭘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만 친절하게 답을 해주었다. 그런데 어둑한 현관의 분위기와 경비원 같은 아저씨들의 모습은 도서관이 대민서비스 기관이라는 인상을 좀 경감시키는 것 같았다.

2층 자료실에 올라가니 사서로 보이는 남직원과 여직원이 들어오는 사람들을 미소 없어 쳐다본다. 그들 쪽으로 접근하는 사람에게는 용건이 무엇인지 응대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어서 오시라든지, 뭐 그런 표정은 없다. 대출 연장을 해달라고 하니 회원카드를 내라 했다. 대출연장은 간단히 이루어졌다. 감사해요, 하며 인사하고 바로 나왔다. 그들로부터 예,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음 디지털자료실에 갔다. 그곳 디지털자료실을 이용해보지 않은 터라 남자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자리 등록하는 방법부터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잘 모르겠기에 다시 도와달라면서 내 메일에 있는 자료를 열어 프린트하고자 한다고 했더니 빈자리인 19번 좌석을 선택하여 2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프린트 하는 방법을 일러주고는 또 제자리로 돌아갔다. 또 잘 모르겠기에 도움을 요청했다. 19번 석에서 파일을 열어 인쇄를 누르고 프린터가 있는 컴퓨터로 와서 프린트 매수에 해당하는 돈을 넣고 인쇄를 누르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또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또 잘 모르겠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돈을 6000원까지 넣으니 수납기가 돈을 거부했다. 기계는 5000원 이상은 받지 못하게 조정되어 있었나보다. 그 직원은 이상다고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전원을 다시 껐다가 켜서 시도했지만 기계는 작동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직원이 먼저 5000원을 넣고 100장을 프린트하고, 그 다음 2000원을 넣고 40장을 프린트하니 작동이 되었다. 나 혼자서는 그런 작동은 할 수 없는 일 이었다 그런데 그 직원은 아까부터 풀 서비스를 하지 않고 좀 설명을 해주고는 자꾸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회귀본능을 보였다.

그 직원이 미소는 없었지만 불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요청하면 와서 도와주기는 했다. 그러나 자꾸 자기 자리로 가버려서 요청하는 사람을 미안하게 해주었다. 도서관과 이용자와의 대면은 도서관에 대한 이용자의 인상을 변화시킨다.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조금만 더 완전하게 서비스를 해준다면 도서관에 대한 고객들의 태도는 확 달라질 것이다. 나는 공공도서관의 서비스경영이라는 책을 썼고,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그런데 나는 도서관에 갈 때마다 만족보다는 불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서비스헌장까지 내걸어 놓고 서비스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는 도서관이 아직도 많으니 나는 학생들 앞에서 공염불만 하고 있는 셈이다. 나오면서 그 도서관의 서비스헌장 배너 사진을 찍었다. 그 헌장의 내용은 이러하다.

OO도서관 이용서비스헌장

우리 OO도서관 직원은 아래와 같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서비스 이행 표준을 설정하고 이를 성실히 지킬 것을 약속합니다.

우리는 모든 도서관 업무에 임할 때 먼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겠습니다.

우리는 자료봉사에 관한 전문지식과 소양을 함양하여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도서관인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우리는 자료의 체계화, 정보화, 고급화에 주력하여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모든 고객을 친절하게 대하며, 도서관을 내 서재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조성에 힘쓰겠습니다.

우리는 고객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적극 수용하는 열린 도서관 행정을 펼치겠습니다.

우리는 맑고 깨끗한 서울교육 실천을 통해 고객에게 희망과 미래를 드리겠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OO 도서관

 

 

 

'수필/컬럼 > 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생교육 단과대학 소고  (0) 2016.08.03
움직이면 길이 보인다.  (0) 2016.07.31
지지지지 palindrome  (0) 2016.07.23
번역이 이상하다  (0) 2016.07.23
훈민정음 28자  (0) 201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