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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돈과 인문학

돈과 인문학

인문학은 모두들 돈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시치미를 뚝 따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인문학을 하면 돈을 벌 수 없다고들 한다. 으레 선비는 가난하다는 예로부터의 인식이 지배해서 그런 것 같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인문분야 전공자들은 취업의 길이 막혀 있다. 예전에는 인문학으로 과거시험도 보고, 그런 분들이 출세하여 사회지도층이 되어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을 선도했는데 지금은 그러하지 못하니 세월이 많이 달라진 탓이리라.

 예전에 인문학을 공부한 왕이나 벼슬아치들은 가난하지 않았다고 듣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국가의 녹봉을 받아 백성보다 훨씬 풍요로운 생활을 했고, 풍류도 즐기면서 인간답게 살았던 것 같다. 선비들은 황진이 같은 지식인 여성과 음주가무하고 시조를 읊조리며 멋진 문학과 노래를 즐겼다고 한다. 더군다나 임금은 왕비 말고도 수 십 명의 궁녀를 거느리고 로맨틱한 생활을 합법적으로 즐겼다고 하니 그건 좀 심했던 것 같다. 심지어 세종대왕 같은 성군(聖君)도 그랬다고 하는 걸 보면 왕이나 서민이나 본성적 성향은 대동소이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 인문학은 돈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으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문학적 생활에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공부하고, 그것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인간사회가 발전한다. 그러나 그것은 해당 인간사회의 윤리와 도덕의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돈이 좀 있다고 부도덕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인간으로 봐 줄 수 없다. 돈이 많은 사람이 인간적으로 행동하려면 옛날 경주 최 씨처럼 베풀어야 한다. 돈을 많이 벌되 이웃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하고 베풀면 부자도 착한 사람으로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하지 못하면 착한 사람이 못 되므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인문학적 태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답지 못한 사람은 미워하고, 재판하고, 처벌할 일은 처벌해야 인간사회가 인간답게 돌아간다.

요즘 재벌, 기업가, 부자, 이런 분들 중에 인간답지 못한 사람이 많이 있다. 예술가, 체육인, 판검사, 고위공무원, 교수, 이런 사람 중에도 인간답지 못한 사람이 많이 있다. 그들 때문에 일반 백성들도 덩달아서, 또는 약이 올라서 그들과 투쟁을 해야 한다며 전투적 성향으로 바뀌어간다. 이런 전투적 성향은 사회 요소요소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택시에서, 열차에서, 버스에서, 그들 대화 속에서 좋은 말들은 사라지고 욕설, 남의 흉, 걱정, 비난 등 듣기 거북한 말들이 늘어나고 있다. 칭찬, 감동, 격려, 희망 이런 말들은 이제 거의 들어볼 수 없다.

이는 언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언론이 사회를 인간답게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으면 좋겠는 데, 일부 언론은 그러하지 못하여 문제다. 객관적인 것도 좋고, 사실보도도 좋으나 사회의 인문질서를 어지럽히는 스토리는 좀 걸러서 덜 다루면 좋겠다. 언론이 비인간적 인간들에게 노이즈마케팅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문학에도 돈이 필요하다. 국가나 기업인들은 인문학 전공자를 적극 채용하고 전체 인문학을 지원해야 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메디치 가문처럼. 그러나 그 돈은 정말 인간다운 일을 하는 데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은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메디치 가문이 도서관을 세우고 지원한 것처럼. 결국은 자네 또 도서관 타령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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