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나비는 순 우리말이다. ‘나’ 자는 ‘날다’ 에서 온 것 같다. 그런데 ‘비’자가 좀 걸린다. ‘날 비飛’자인 것 같아서. 그러나 순우리말 이름으로 쓰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나비의 한자이름은 호접(胡蝶)이다. 나비 호, 나비 접, 우리말로 하면 ‘나비나비’니 중첩어다. 나비의 영어이름은 butterfly. 그런데 그 조어가 좀 재미있다. 버터에 날개를 달았다니. 나비에 기름기가 많이 있기는 있다. 그래서 기름기 있는 버터가 날아다니니 그렇게 표현했나보다. 과학적인 것 같기는 한데 문학적인 이름은 못된다.
나비는 문화곤충이다. 나비는 자태와 문양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인간의 생활에 많이 이용되었다. 우선 예전(송나라)에 책을 나비모양으로 제본한 것을 호접장(胡蝶裝)이라 했다. 또 비단, 머리핀, 넥타이, 등잔대, 이불, 심지어 신발에도 나비디자인을 이용한다. 아이들의 방학 숙제 곤충채집에도 나비가 빠지면 별 재미가 없다.
나비는 말이 없다. 나비는 울지도 웃지도 않는 것 같다. 날개를 아무리 바삐 나풀거려도 0.1 데시벨 소음도 없다. 나비의 대화 창구는 눈(eye)인 것 같다. 그들은 조용히 눈치를 살피며 살며시 앉아, 부지런히 일하고, 가볍게 날아간다. 나비는 이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을 맛보며 아름다운 풀꽃에서 노닌다. 꽃에서 꿀을 얻어먹지만 그 은혜 고마워서 곧바로 그들의 산파가 된다. 나비는 인간보다 순수한 참 인간미를 지녔다.
“말할 틈이 어디 있어요. 아름다운 이 세상 보기도 바쁜데. 꽃을 볼 땐 조용히 봐야지 떠들면 제대로 볼 수가 없죠. 벌은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지만. 우리가 볼 때 꽃은 조용한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물론 화끈하게 쏘아대는 벌을 좋아하는 꽃분이도 있겠지만, 꽃들은 우리처럼 조용한 친구를 더 선호하죠, 꽃에도 개인차가 있긴 있을 거예요, 그러나 우리는 전통적으로 정숙한 진실을 택했지요. 우리에겐 꽃을 사랑할 의무가 있어요. 그래야 세상이 계속 예뻐지거든요.”
이렇게 나풀거리면서 꽃이 주는 꿀을 먹고 꽃에 르네상스를 베푼다. 그야말로 꿀 먹은 벙어리 같지만 자기들의 본분을 다하니 이래도 예쁘고 저래도 예쁜 귀여운 천사들이다. 그들은 열심히 일을 해서 그런지 살아가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나비효과는 경제학인지, 경영학에서 들고 나왔지만 그들이 말하는 나비효과는 나비의 본성적 효과와는 확실히 다르다. 나비는 기본적으로 순박한 경제, 진실한 경제, 상생의 경제, 라는 하늘이 내린 천부경제학을 실천한다. ‘나비경제학’은 우리가 세계평화를 위해 택해야 할 거시경제학이다. 영어로 말한다면 ‘Butterfly Economics.’ 경제학과, 경영학과, 행정학과의 커리큘럼에 넣으면 좋겠는데, 강의할 교수님이 계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