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온다.
문정인문학도서관을 새 단장하여 다시 문을 열며 입간판과 배너를 1층 출입구에 내어 놓았더니 고객이 하나 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이지만 계단을 올라와서 도서관을 둘러보고 1시간 정도 책을 읽다 가는 고객도 있다. 어제는 모자간이라며 대학 1학년 아들과 엄마가 1시간을 머물다 갔다. 돈이 아까운지 차는 마시지 않았지만 이 책 저 책 구경하며 자기들 끼리 소곤거리면서... 오늘도 어떤 엄마가 왔다가 너무 늦어서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갔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 작은 도서관이 많이 생겼다. 작은 도서관은 도서관법에서도 공공도서관에 속하는 걸로 인정하면서 국민 누구나 사서가 아니라도 기본적 요건만 갖추면 도서관을 열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작은 도서관들은 거의 어린이도서관 일색이어서 문제가 좀 있다. 어린이가 독서 습관을 길러야 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정작 독서를 해야 할 사람들은 청소년, 대학생, 어른, 어르신들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독서를 게을리 하면서 어린이들에게만 독서를 하라고 하는 것은 대단한 모순이다. 더군다나 청소년들에게는 대학수능시험이 중요하다며 교양 독서는 금기시 하니 독서를 통한 깨달음의 교육, 글쓰기 교육, 특히 인성교육이 무너졌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젊은이들은 말끝마다 욕설이다. 오늘도 지나가다 들었다. “야, 존나 배고프다, CB." 최근에 구입한 조정래의 소설 <풀꽃도 꽃이다> 에서는 청소년들의 욕설을 연구하여 괴상망측한 언어들을 싣고 있다. 그러면서 모든 교육의 문제를 정부와 교육제도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적나라하지만 무책임한 사회소설 같다. 유명 소설가도 이제 희망적 사회의 건설보다는 소설의 상업성을 더 추구하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나온 책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는 일본의 작은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 책에 보면 동네도서관은 거의 어른들을 위한 만남의 광장이다. 일본의 동네도서관은 뜻을 같이하는 어른들이 모여 책을 읽고 대화하는 인문학 소통의 공간이다. 사서가 아니라도 누구든지 도서관을 열 수 있다. 커피와 차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수다도 떨 수 있는 동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그런데 우리에겐 그런 작은 도서관이 드물다. 문정인문학도서관은 청소년과 어른들을 위한 인문학 소통의 장을 지향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정서에 맞지 않아 소외를 당해왔다. 그러나 어제부터 고객이 오고 있으니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본다. 문정인문학도서관은 인문학 소통을 지향한다. 간혹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그 점을 어필하려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버틸 것이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는 다소 오래된 진리를 믿으며. 2016. 7. 2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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