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8(월) 흐림
오늘 점심식사에 초대합니다.
오늘 점심식사에 초대합니다. 한 1년 전부터 이틀에 한 번씩 친구가 보내오는 카톡 멘트다. 친구는 죽마고우이자 초등학교 동창인데 지금도 서로 자주 소통하고 지내니 참 좋다. 더군다나 이틀에 한 번 점심식사를 같이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점심식사에 초대받았다 해서 항상 내가 얻어먹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린 교대로 식사비를 내려고 한다. 그런데 그 친구가 뷔페에 먼저 와서 식사비를 낼 때가 더 많다. 내가 식사비를 내려면 5분 정도 서둘러 가야 한다. 우리에겐 서로 식사비를 내려는 마음가짐이 자리매김 되어 있다. 그것도 좋은 것 같다.
오늘도 조금 전 카톡 문자가 왔다. 그래서 지금 의상을 갖추고 나가봐야 한다. 이 글은 다녀와서 더 써야겠다. ...... 다녀왔다. 오늘은 내가 5분 일찍 가서 식사비를 냈다. 내가 낼 차례였다. 뷔페라 선불이어서 낼 마음이 있으면 약속시간보다 5분 일찍 가면 된다. 그것도 마음을 편하게 한다. 예전에 어느 대학에서는 모 교수와 식사를 같이 하면 매번 내가 식사비를 내야하는 경우가 있었다. 학교에도 염치없는 교수가 더러 있다. 아마 한 과에 한 명씩은 있는 것 같다. 그는 그 학교 교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상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어쩜 교수이면서 그렇게 인문학을 모를까? 전공이 인문학 계통이라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면서 정작 본인은 인간의 염치를 모르니 사실 인문학자라고 할 수도 없는 거지 뭐.
그 죽마고우와 즐겁게 식사를 하고 그 친구가 있는 사무실에 가서 커피를 한잔 했다. 커피 서비스는 언제나 그 친구의 몫이다. 내가 더러 믹스커피를 몇 주먹씩 갖다 놓기는 하지만. 그때 마침 그 친구의 친구들이 먹을 걸 사가지고 그 사무실에 놀러왔다. 늙은 남자 4명이 모이니 대화의 소재는 자연스럽게 옛날 음담으로 바뀌고 있었다. 남자는 흑심의 소유자들이다. 남자는 호모 사피엔스 흑심쿠스다. 나는 시침 뚝 따고 듣기만 했다. 나도 남자에 속하니 피식 껄껄 웃기도 하면서.
그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잘 나와 시원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텔레비전 이어폰, 선풍기, 에어컨 이야기도 나왔다. 그래서 내가 끼어들었다. 실외기 없는 에어컨이 나오면 참 간편하고 좋겠는데, 냉장고는 실외기가 없는데 에어컨은 왜 번거롭게 실외기가 있어야 하나요. 그랬더니 삼성전자에 근무했다는 그 친구의 친구는 관심이 별로 없는 듯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 때 내 친구가 나에게 대답을 해주는데 그 대답이 신통하지는 않았다. 만들 수는 있는데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생각으로 효율성은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게 기술개발이 아닐까? 생각하며 일단 생각을 접었다. 도서관에 돌아왔다. 다시 실외기 없는 에어컨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다는 생각, 이런 간편한 에어컨을 만들면 수출도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구시대적 에어컨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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