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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모든 이야기는 옛날이야기다

2016. 7. 16(토) 흐림, 비

모든 이야기는 옛날이야기다.

날마다 이야기 거리가 쌓여가고 있다. 세월이 가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신문도, 방송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적인 이야기들을 날마다 전해 준다. 신문은 버리지 않으면 쌓인다. 그러나 언젠가는 버려야 한다. 방송국을 떠난 콘텐츠는 대부분 마이동풍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붙잡아 두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 방송국 자료실, 아니면 국가적 영상자료실 같은 곳이다. 하지만 신문은 구문이 되고, 방송은 구방이 되어 다시보기에 좀 남아 있다 결국 사라진다.

그런데 오늘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들의 이야기는 거의 모두 옛날이야기라는 새로운 정의가 돌아 나왔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도 과거 이야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우리가 과거를 살지 않았으면 미래 이야기도 할 수 없다. 고로 지금 문학적으로 옛날이야기에 속하는 그런 이야기들만이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이전의 이야기는 다 옛날이야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구비문학으로 전승되어 온 것이든, 소설가가 새로 쓴 소설이든 모두가 과거에 바탕을 두지 않고는 이야기를 구성할 수 없다. 그래서 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고도 한다.

실버들은 만났다 하면 과거에 자기들이 겪은 이야기를 하며 즐긴다. 지나간 여고시절 이야기, 군대이야기, 이웃이 잘 된 이야기, 바람난 이웃 이야기, 첫 사랑 이야기, 특히 남자들은 모였다 하면 음담패설을 약방의 감초처럼 달여 먹는다. 문학은 성을 빼면 무미건조한가보다. 하기야 성(聖)스런 것도 성이고 성(性)적인 것도 성이기에 두 가지 성은 어떤 연결선상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실버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대부분은 시시껄렁하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감동적인 것도 있다. 다 과거 삶의 이야기다.

젊은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는 부모들의 이야기, 소위 잔소리다. 한 소리 또 하고, 한 소리 또 하니 듣기 싫은 건 당연하다. 그래서 어른들은 나이가 들수록 절제하고 조심해야 하나보다. 같은 또래의 실버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봐도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발현되어 나오는 것들이 많아 이 실버도 딱 듣기 싫어지니 젊은이들이야 말해 무엇 하리오. 그래서 모든 이야기가 옛날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른들은 옛날이야기를 절제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만을 전해주고, 한 소리 또 하고, 되하지 말고, 새로운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노련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멋들어지게 말해 주는 게 최상이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의 새로운 동향과 새 이야기를 통해 내 과거를 반추해보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면서 여생을 사는 것이 실버가 골드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두 합죽이가 됩시다, 합. 조카의 다섯 살배기 딸아이가 제 아빠 차 안에서 발언한 귀여운 말이다. 내가 제 아빠랑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시끄럽다는 뜻이었다. 이빨도 빠져가니 합죽이가 될 사람은 이래저래 실버다. 이빨 빠진 실버가 이야기를 절제하고 합죽이가 되어 남의 말을 경청하면 귀가 어두워지는 속도도 느려질 것 같다. 보청기는 최종적으로 꽂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SNS에 올리는 이런 내 글들이 혹시 한 소리 또 하고, 또 하는 잔소리는 아닌지 전에 내가 무얼 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이런 소리도 못 하면 나는 어떡할까? 해해. 해님처럼 빛나게 웃으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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