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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고객 응대중

2016. 7. 15(금) 맑음

고객님 응대중이잖아욧!

하이마트에서 산 에어컨이 내 환경에 설치불가능이라 하여 구매를 취소했다. 카드로 결재한 거라 다시 그 마트에 가서 카드를 제시하고 취소 처리를 했는데, 그 과정이 좀 번거로웠다. 일단 오후 6시가 넘으니 취소처리가 안 되었다. 점원 아가씨가 열심히 키보드를 눌러보더니, 카드사 업무시간이 종료되어 처리가 안 된다고 하면서 내일 출근하지마자 처리해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 어떤 남자 직원이 그 여직원에게 다른 일에 대해 물어왔다. 그런데 그 무표정한 여직원은 남자직원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지금 고객님 응대중이잖아요! 하면서 화난 목소리로 쏘아버렸다. 그랬더니 그 남직원은 뻥하니 있다가 저 쪽으로 가버렸다. 듣고 있던 내가 화가 나려고 했다. 아니, 내 일을 처리해 주는 건 좋은데, 자기들 내부고객에게 저렇게 해도 되는 건가? 나 같으면, 네, 잠간 만요, 고객님 이 건 먼저 처리해드리고요, 이 정도로 할 것 같은데, 그러면 듣고 있는 이 고객님 기분도 좋은 텐데, 내가 덩달아 기분이 나빠졌다. 내 일에 끼어드는 그 남자직원이 못마땅해야 할 텐데, 왜 내 일을 처리해주는 예쁘게 생긴 그 여직원이 더 미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특히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사람을 대할 때는 직접 상대가 아닌 주위 사람들도 좀 의식해야 하는 데 그게 잘 안 될 때가 있다. 특히 직장에서 좀 지위가 높은 사람일 경우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부하직원을 야단치기도 한다. 이번 경우도 고객인 내가 보는 앞에서 동료직원에게 핀잔을 주는 사례다. 이럴 경우에는 핀잔 받는 당사자만 불쾌한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불쾌해진다. 때와 장소를 가리라는 말은 이래서 나왔나보다. 부하나 동료를 나무랄 일이 있으면 여러 사람이 보는 장소를 피해서 합리적으로 설득하거나 앞으로 개선할 수 있게 주의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면박을 주는 것은 서비스 경영상 꼴불견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여러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에겐 그 여직원에 대한 불쾌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아마 그 마트에 다시 갈일이 있어도 그 여직원이 있는 쪽으로는 가지 않을 것 같다.

카드결재 취소 확인은 오늘 7월 15일 아침 9시 10분에야 문자가 왔다. 3일만이다. 상인들은 물건을 구매할 때는 사바사바해도 취소할 때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보다 고차적인 서비스는 그게 아닌데. 그런데 나는 왜 장사를 잘 못할까?  장사꾼이 아니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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