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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건강검진

2016. 7. 13(수) 맑음, 장마라더니.

건강검진

어제 밤 10시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물 한 모금도 먹지 말라니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에 가는 건강검진센터는 처음 가는 의료기관이다. 친구가 그곳이 친절하다고 해서 전화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다. 살아보니 친절만큼 좋은 게 없다. 개인도, 회사도, 정부도, 도서관도 친절이 으뜸이다. 어려운 일이라도 친절하면 많은 부분 해결된다. 단 가짜친절이 아니라야 한다. 가짜친절은 교언영색(巧言令色)이 되므로 친절의 허상이다. 이는 보면 다 안다.

친절한 곳에 가니 나도 친절할 준비를 해야 한다. 아침 여섯 시 반, 신문을 들여 놓은 후 샤워를 했다. 친절한 곳에 가면 나도 친절해야 한다. 청결도 친절이기에. 문정에서 지하철을 타고 네 정거장를 갔다. 문자 메시지로 안내를 받은 대로 강남건강검진센터를 찾아갔다. 좀 생소하다. 하지만 접수대에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직원들이 일단 친절했다. 문진표를 체크하고 수납을 한 다음 검진 동선을 따라 안내를 받으며 전진했다. 길목마다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했고, 검진을 진행하는 간호사들도 모두 미소를 띠며 한 마디씩 고객을 확인을 했다. 맨 나중의 남자 의사는 좀 그랬지만.

빌딩 한 층을 다 쓰는지 시설이 넓게 보이고, 인테리어, 시각표지물, 고객 대기 소파 등이 현대적이다. 내가 촌놈이라 그런지 이런 건강검진회사는 처음 본다. 해마다 의무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지만 소규모 병원에서만 받았었다. 그런데 이곳은 개념이 달랐다. 경영자가 서비스 마케팅을 도입한 것 같다. 직원들에게 서비스교육을 철저하게 잘 시킨 듯, 여성 직원이나 남성 직원이나 하나같이 웃음을 지으며 상냥하게 대해준다. 저 직원들이 퇴근하면 얼마나 피곤할까? 그러나 한편 즐겁게 일하면 덜 피곤할 것 같기도 하고. 후자가 맞기를 바라며.

검진을 다 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 접수 직원의 권유로 건강보험의 기본검진항목에 없는 전립선 초음파검사를 추가했더니 1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그래서 수납도 5만원을 했던 것이고. 초음파검사를 위해 물을 마시며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잡지를 보다가 벽에 있는 안내표지를 보았다. 의학용어는 한글로 표기되어 있지만 전부 한자말이다. 저런 용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자공부는 필수일 것 같다. 의대나 간호대 학생들이 한자를 배우는지, 꼭 배워야 할 것 같다. 한자를 조금은 안다는 내가 보아도 사전을 보아야만 이해할 것 같은 용어가 대부분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 건강검진을 받으며 도서관도 이런 개념의 서비스경영을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직업상. 예를 들어 도서관마다 독서건강센터 같은 걸 차려 놓고, 전문사서를 배치하고 독서건강 상담을 하는 것이다. 독서 클리닉, 독서 백신 등의 그럴듯한 용어만 따오지 말고, 실제 도서관 1개 층을 독서건강센터로 운영하면 어떨까? 그곳엔 미소 짓는 전문사서가 여러 명 있어야 한다. 고객에게 한 명씩 한명씩 독서 상담을 해주고, 수준에 맞는 자료를 추천해주고, 독후 활동을 확인하고, 독서동기를 부여해주고, 이러한 활동을 어린이 청소년프로그램으로 하면 참 좋겠다는 좀 무식한 생각을 또 해본다.

아침 7시 30분 경 문정역에서 보니 지하철에서 내려 대입학원으로 가는 재수 학생들이 많았다. 좋은 대학 가려고 재수하는 학생들, 저런 학생들을 도서관에서 좀 구제해줄 방법은 없을까? 조정래 작가가 새 소설 풀꽃도 꽃이다, 라는 작품을 출간했다는 데 그 주제가 교육에 관한 것이라는 데 한 세트 사다 읽어봐야겠다. 배가 고프니 밥부터 먹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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