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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고추장 김바

2016. 7. 10(일)

고추장 김 바

고추장 김밥이 아니라 고추장 김 바를 만들었다. 오늘 아침에 창안한 나의 새 요리다. 바나나에 고추장을 좀 붙이고 김에 싸서 먹으면 된다. 그냥 바나나만 먹는 것 보다 맛이 훨씬 낫다. 김의 영양도 첨부되고. 여기에 어제 먹다 남은 미역 토마토 오이 양파냉국을 곁들이니 심플하면서도 먹을 만한 아침이 되었다.

이름을 김 바라고 한 것은 바나나의 바를 넣은 것이다. 그렇다고 banana의 ba만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바나나는 길다. 예전에 하던 말 이음 놀이,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하늘, 하늘은 파래, 파라면 바다, 바다는 깊어, 깊으면......, 어머니 마음. 여기에 어머니 마음이 들어간다면 그 녀석은 효자가 될 것이었다.

우리말에 바는 긴 것을 의미한다. 소를 붙잡아 매는 소 바나 밧줄에 바가 쓰인다. 바소쿠리도 있다. 바소쿠리는 사전에 ‘싸리로 만든 삼태기’라고 나오는데, 실은 세로보다 가로가 훨씬 길다. 바소쿠리는 지게에 얹어 사용한다. 구조상 단독으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지게에 바소쿠리를 얹고 여러 가지 잡다한 물건들을 담아 나르는 데 쓰였다. 바소쿠리를 지게에 얹고 삽으로 거름을 잔뜩 퍼 담아 밭에 가서 옆구리를 옆으로 싹 기울이면 덤프트럭이 짐을 부리듯이 거름이 밭에 한 무더기 쏟아진다. 그 거름을 다시 작은 삼태기에 조금 씩 담아가지고 다니면서 밭고랑에 뿌렸다.

옛날 농사짓던 생각이 난다. 나는 10대(teenager) 후반에 밀짚모자를 쓰고 농사를 좀 지어봤다. 『구황촬요』나 『농사직설』이라는 책도 그 때 알았다. 큰 농장의 꿈을 꾸기도 했다. 포도나무도 심어보고, 앙고라토끼도 길러보고. 앙고라토끼는 털을 이용한다. 그래서 털 깎는 특수 가위가 따로 있다. 손잡이가 가위 날보다 약 2센티미터 위로 올라와 토끼의 피부와 간격을 벌여준다. 한 번은 털을 깎다가 토끼의 피부까지 베어버렸다. 그 때 말 못하던 토끼한테 얼마나 미안했는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아이고, 쎄쎄.

아침 잘 먹고, 옛날 생각도 해봤으니 무더운 오늘도 잘 살아보자. 생명은 싱싱하고 삶은 즐겁다. 여기 저기 맛있는 게 많아 오늘도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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