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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직장인과 직장인

2016. 7. 10(일)

職場人과 職匠人

발음이 같은 이 두 직장인, 그런데 한자로 쓰면 職場人과 職匠人은 매우 다르다. 職場人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다. 공공기관, 대학, 연구소,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직장이며 그러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을 직장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직장인은 정규직도 있고 비정규직도 있다. 비정규직은 임시직이어서 고용이 불안하고 근로조건도 좋지 않아 생활안정이 안 된다. 노동의 사회문제는 정규직의 문제보다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동조합들은 정규직용이어서 비정규직은 사실상 노조활동도 하기 어렵다. 경영주도 노조도 비정규직은 홀대한다.

어떻게 하면 정규직 직장인으로 신분상승을 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 젊은이들의 화두요, 최대 과제다. 그래서 대학은 대학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학생들을 정규직으로 취업시키기 위한 잡 스쿨(Job school)로 둔갑되어 있다. 특히 요즘 기업의 주문을 받아 무슨 기업 맞춤형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니 직장인도 주문생산을 하는 시대가 되는가보다. 그래서 대학의 교원들도 과거처럼 학문정신만 찾고 있다가는 학생들의 진로를 열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사람들이 되기 쉽다. 그들도 한낱 직장인으로 전락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은 職場人이면서 職匠人도 많으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교수이면서 단지 職場人으로만 머물지 않는다면.

직장인 좋다.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하기에 직장인이 되어야 한다. 나도 공무원을 3년 정도 해 보았고, 공기업에 정규직으로 21년을 근무해 보았다. 그 땐 생활 안정도 좀 되고, 사람들도 많이 알고, 좋긴 좋았다. 비인간적인 관료적 조직문화만 뺀다면. 어떤 사장님은 ‘살맛나는 직장’ 이라는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를 내걸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독려했다. 그런데 그 한 때가 지나고 나니 직장은 내 생애에 있어 하나의 좋은 추억일 뿐, 내가 좋아하고 내가 평생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데 장애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다 어쩔 수 없는 내 탓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래서 職場人보다는 職匠人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職場人은 그 조직을 나오면 끝이지만, 職匠人은 조직을 나와도 일을 할 수 있고,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아예 직장에 취업을 안 해도 평생 匠人으로 즐겁게 일하며 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걸 진작 알았어야 하는데 나는 좀 늦게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소위 안정된 직장에서 나왔지만 너무 늦어버려 비정규직 강사로 또 15년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때 회사를 박차고 나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계속 회사에 있었더라면 벌써 몇 년 전에 정년퇴직을 했을 것이다. 그럼 퇴직한 이후엔 무엇을 하나? 아마 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 개인 도서관을 차려놓고, 날마다 글을 쓰고, 꾸준히 대학에 강의도 나간다.

장인이 낫다. 장인은 장인어른과 직장인 두 가지가 있다. 장인어른은 딸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직장인은 딸이 없어도 된다. 나는 내가 장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의 匠人은 아마 내가 건강한 이상 계속 즐겁게 일을 할 것이다. 돈이 되건 안 되건, 그것은 차후의 문제다. 먹고사는 데는 그리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가장 좋은 것은 직장인職場人이면서 직장인職匠人 되는 것이다. 그러면 평생이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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