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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토마토 냉국과 대화

2016. 7. 9(토)

토마토 냉국과 대화

맛있다. 국은 끊이지 않아도 만들 수 있다. 그게 바로 냉국이라는 거다. 오늘은 오이와 양파를 썰어 넣고, 미역을 잘라 넣고, 토마토를 잘게 썰어 넣고, 시원한 얼음물을 붓고, 맛소금을 넣어 나무젓가락으로 휘휘저어 냉국을 만들었다. 맛있다. 이런 식의 냉국도 건강식일 것 같다. 여기다 김과 잡곡밥을 먹으면 제격이다. 고기는 나가 먹으면 된다. 고기도 하루에 손바닥 크기만큼 먹어야 한다고 전에 권 교수가 그랬었다. 그래서 엊저녁엔 돈가스를 먹었었다.

오늘 저녁 무렵 제자가 찾아왔다. 학교도서관에 근무하는 열혈제자인데 나를 간혹 찾아준다. 일전에 어디 교육청에 가서 강의를 했다며 준비한 자료노트 두 권을 보여주었다. 장한 일이다. 진짜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가 나를 보더니 말랐다고 하면서 고기를 좀 드시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잘 먹고 있다. 그런데 요즘 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게 많아서 그런지 살이 붙지는 않는다. 하기야 예전부터 나는 마른 체질인데 뭐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일단은 이렇게 밥맛이 좋고, 야채에 물 붓고 소금만 타 먹어도 맛있는 건건이가 되어주니 뭐가 걱정인가? 약간의 창의력만 있으면 더욱 맛있고 새로운 먹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작년에 번역한 책 두 권을 증정하고 식사를 같이하러 밖으로 나갔다. 더워서 냉면을 먹기로 했다. 내가 가는 함흥 냉면집은 음식을 맛있게 한다. 그 집엔 고객들이 거의 항상 만원이다. 식사비는 그 친구가 냈다. 내가 농담으로 강의료를 얼마나 받았냐고 했더니 아직 받지 못했다며 웃었다.

우리는 먹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또 하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서로 잘 지내는지 생각해주는 마음, 가끔 궁금하여 안부를 묻고 찾아주기도 하는 언행, 이런 것 때문에 사람은 동물이지만 사람이라는 대접을 받는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라는 논어의 구절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내일은 점심 때 아들 며느리가 온다니 또 즐겁게 생겼다. 有子夫婦自近方來 來日亦不亦樂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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