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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밀크와 새우젓

2016. 7. 3(일)

밀크와 새우젓

냉장고 한 쪽에 새우젓 통이 보여서 심심해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젖먹이라 할 때 젖과 새우젓의 젓은 어떻게 다른지. 우선 젖과 젓이 차이가 났다. 받침이 다르다. 그래서 그 둘의 영양도 제법 다르리라 생각하며 밀크를 사러 나간다. 마침 쉬도 마렵고... 갔다 와서 이 글을 더 쓸 것이다.

우유, 우유, 칼슘, 칼슘.

슈퍼에 가서 우유 한개, 오이 3개, 현미찹쌀 한 봉지를 사왔다. 채칼로 오이를 채내어 자른 미역과 함께 얼음물에 넣고, 맛소금을 좀 넣어 미역오이냉국을 만들었다. 맛이 제법 있다. 아까는 새우젓을 먹을까 생각했는데 슈퍼에 다녀와서 마음이 바뀌었다. 아침에 해놓은 밥하고, 양파하고, 발효간장하고, 미역오이냉국하고 이렇게 저녁을 먹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맛있다, 내손이 내 딸이라더니, 정말 맞네. 그래그래, 찾아 먹어야 해. 사먹지만 말고. 벨 파워, 알았지?

우유는 완전식품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송아지들은 처음엔 어미젖만 먹고 자라도 젖살이 찌니까. 사람은 더하다. 아기 때는 모유를 먹고 자란다. 하기야 오래전부터 우유를 먹고 자라는 아기들이 더 많아왔지만, 그래서 모유가 좋다고, 모유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펼쳤지만, 그게 잘 실현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엄마젖을 정말 많이 먹고 자랐다. 기억은 분명하지 않지만 나는 다섯 살 때까지도 엄마젖을 먹었던 것 같다. 정말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은 사람이지.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쌩쌩한가보다.

그런데 새우젓은 새우에 소금을 잔뜩 넣은 것이어서 완전 소금처럼 짜다. 그래서 새우 한 마리만 건져 먹어도 짜서, 아이 짜,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밥을 먹을 때 조금씩 먹으면 입맛을 돋운다. 김치 담글 때에도 새우젓은 필수다. 물론 까나리액젓이나 다른 젓갈도 넣기는 하지만 김장 때 대표 젓갈은 단연 새우젓이다. 이제 젖과 젓의 비교는 끝났다. 젖은 완전식품이고 젓갈은 짠돌이 식품이니 젓갈은 밀크의 영양을 따라갈 수 없다. 예로부터 너무 짜면 좋은 게 아니다. 사람이 짜도 안 좋은 것처럼 음식이 짜도 좋지는 않을 것이다. 짠 것을 또 생각하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송강 정철의 시조가 어렴풋 떠올랐다. 그래서 또 찾아보았다.

남진 죽고 우는 눈물 두 젖에 내리 흘러

젖 맛이 짜다하고 자식은 보채거든

저놈아 어느 안으로 계집되라 하는다.

<자료 1. 민희식, “松江佛譯에 대한 시도”, 성균관대학교 교지 『성균』 제 20호 1966. 113쪽>

<자료 2. 조두현, 고시조 해설. 대일출판사. 1981, 179쪽>

젊은 여인이 남편이 죽어서 울고 있다. 슬픈 눈물이 얼굴을 지나 두 젖 위로 줄줄 흘러내린다. 그런데 아기에게 젖을 먹여야 한다. 젖에 눈물이 섞이니 아기는 젖 맛이 짜다고 보챈다. 그런데도 저 엉큼한 남정네는 제 놈과 살자고 한다. 야, 이 나쁜 놈아, 네놈이 사람이냐? 도대체 너는 속마음이 어떻게 생겨먹었냐, 이 개 나쁜 자식아!<나대로 해설>

아마 이런 심정이었을 것 같다. 작품에는 심한 욕은 안 나왔지만 그 여인의 마음속에는 더욱 심한 욕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문학은 우리의 삶 그 자체인 것 같다. 장르를 떠나서 우리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한 것이 문학이 아닐까? 그 속에 인간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고, 염원이 녹아있고, 사랑과 낭만이 녹아 있고... 이러한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문학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 내 모습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렇게 늘어놓고 있다. 나도 아직 낭만이 있나보다.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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