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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간장게장

2016. 7. 3(일)

간장게장

산다는 것은 먹고사는 것이다. 먹지 않고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어머니가, 아내가 집에서 가족(본인 포함)을 위해 살림을 잘 해주어야만 온 가족이 다 잘 살 수 있다. 어려서는 어머니가, 결혼해서는 아내가 우리를 살려준다. 그런데 어머니나 아내가 살림을 잘 안 하거나 못하면 가족들은 살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별거, 이혼 등의 비정상 가정이 발생되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 모처럼 백미, 현미, 검은 콩, 대추를 넣고 음성 안내 전기밥솥으로 맛있는 밥을 지었다. 그런데 반찬이 없었다. 그래서 계란 3개를 삶아 수육으로 삼고, 냉장고에서 오래된 양파를 꺼내 상한 부분을 칼로 도려낸 후 접시에 썰어 놓았다. 그리고 발효간장을 꺼냈다. 1식 3찬이 되었다. 밥을 퍼서 먹기 시작했다. 진간장을 조금씩 넣어가며 밥을 비벼서 한번은 계란과, 한번은 양파와 같이 먹으니 그런대로 맛이 있다. 계란을 간장에 찍어 먹으면서, 아 이걸 간장계란이라고 이름 붙이면 되겠다, 하고 생각했다. 간장게장의 영향이다. 나는 간장게장은 비려서 먹지 못한다. 그런데 간장계란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러면서 또 생 양파를 가끔 간장에 찍어 먹으니 입맛이 깔끔하다. 어느새 밥 한 그릇이 동났다.

사는 거 별거 아니다. 아니 살림 별거 아니다. 부지런하면 되는 것 같다. 어머니, 아내가 없어도, 혼자 있어도 나만 부지런하면 잘 살 수 있다. 할 줄 몰라서, 귀찮아서, 하기 싫어서, 그런 것은 다 핑계에 불과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살리면 된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1차적인 삶의 방식이요, 의무다. 내 삶을 어머니, 아내한테 의지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 못 든 버릇이다. 내 삶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나한테 있으니까, 인생이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혼자만 이기적으로 자기만을 위해서 살면 사회적 동물로서의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없는 것이니, 사는 동안 무엇이든 가족은 물론 남을 돕는 것이 사회적 동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집에서 청소라도 잘 해보라. 얼마간 대우가 달라질 것이다. 또 라면만 끓이지 말고 다른 요리도 한 번 시도해보라. 처음에는 설지만 창의적으로 하다보면 맛있는 요리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 있든 1차적으로는 자신을 건강하고 건전하게 살리고, 2차적으로는 가정과 우리사회, 국가와 세계사회를 위하여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 그것이 작지만 크게 사는 길이 아닐까? 간장게장 대신 간장계란도 맛이 있다는 것을 오늘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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