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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방학의 진정한 의미

방학의 진정한 의미

어제 그 힘든 상대평가 성적산출을 끝내고 방학을 맞았다. 학생들이 성적을 받아보고 희비가 엇갈릴 걸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지만 그건 다 상대평가라는 비합리적인 제도 탓이니 이제 마음을 홀가분하게 가져야 한다. 내가 체험할 새로운 방학을 위해서다.

그런데 방학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학사일정에서 방학기간을 배정한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학(放學)이라는 글자는 ‘놓을 방(放)’과 ‘배울 학(學)’이니 배움을 놓는다, 배움을 쉰다, 라는 뜻이 나온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방학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다. 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두 달 동안 배움을 놓아버리는 것은 방학(放學)의 의미상으로나 제도의 취지상으로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놓을 방(放)’자의 사용례에는 ‘해방(解放)’이라는 단어가 있다. 해방의 방도 역시 ‘놓을 방’인 것은 틀림없다. 해방은 자유(自由)를 의미한다. 우리가 36년간의 일제치하에서 해방된 것은 우리에게 자유와 자율이 회복된 것이다. 따라서 ‘놓을 방(放)’자는 자유와 자율을 의미하는 글자이며, 그렇다면 방학(放學)이란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배우는 것, 자율적으로 배우는 기간, 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유와 자율. 학문을 자유롭게, 학문을 자율적으로, 그것이 바로 방학의 진정한 의미인 것이다. 학생들은 방학동안 ‘학(學)’을 찾아 자유롭게 떠난다. 어디든지 자유롭게 여행하며, 탐구하고, 자유를 만끽하다 때가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올 것이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방학동안 자유롭게 여기저기 활보(闊步)하다 운 좋으면 다른 나라도 가보고, 아니면 조용히 우리 집을 지키며 스스로 반성의 ‘학(學)’을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방학은 매우 인간적(人間的)이라 느껴진다. 학생들에게 활력을 제공하고, 교수들에게도 또 다른 생명력과 자유를 준다. 중국을 가고, 미국을 가고, 일본을 가고, 새로운 학문적 체험을 하게 한다. 외국에 가지 않는다 해도 여러 세미나를 가고 글도 쓰면서 자유와 자율을 구가한다. 이렇게 교수나 학생이나 자유롭게 방학을 보낸 후 다시 학교로 돌아오면 학교는 새로운 활력으로 넘친다. 새 마음으로 새 수업을 시작한다. 학생들이 가지고 온 활력과 교수들이 가지고 온 활력으로 강의실은 학문의 열기가 넘친다.

방학은 자유롭다. 그러나 방학은 학문을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활력을 충전하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는 방학이 있기에 새롭게 변신한다. 우리는 언제나 새로움을 담을 때 새로워진다. 늙어도 늙지 않고, 죽어도 죽지 않는 새로움의 가치, 그것은 도서관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밤 새 문정 인문학도서관의 책상과 책들은 새롭게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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