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6(일)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 영어로는 대 아버지, 즉 grandfather이다. 그런데 요즘은 모두 영어 쓰기를 즐겨 무슨 홈 플러스니, 인사돌 플러스니 뭐니 하여 플러스를 잘 붙이니 할아버지를 ‘아버지 플러스’ 라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는 있다. ‘아버지 플러스’ 라 하면 또 하나의 아버지가 플러스되는 셈이어서 의붓아버지로 이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라는 이름에는 좀 모순이 있다. 할머니가 어머니의 어머니라면 할아버지처럼 할어머니라고 풀 네임을 써줘야 한다. 영어로는 대 어머니, 즉 grandmother로 공평한데, 우리말은 할아버지에게는 풀 네임을 쓰고 할머니에게는 풀네임을 안 써 준다. 모순 아닌가?
그 다음 할머니는 어머니의 어머니이지만 아버지의 어머니를 친 할머니라고 하고 어머니의 어머니를 외할머니라고 하여 외할머니는 다소 소외감을 느낀다. 이는 할아버지의 경우에도 어머니의 아버지는 외할아버지라고 하므로 마찬가지다. 어째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어머니를 더 좋아하는데, 어머니의 아버지나 어머니의 어머니는 소외를 당해야 할까? 요즘은 좀 달라지고 있지만 애당초 부계사회가 만들어 놓은 모순이 아닌가 싶다.
또 ‘외’ 라는 글자가 붙으면 높은 분들은 외교관이다 뭐다 하여 좋아 보이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소외감을 느끼니, 외규장각도 그런 것 같지 않은가? 서울 창덕궁 규장각은 그런대로 역사가 계승되어 서울대에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강화도의 외규장각은 2003년에 강화군에서 건물하나 덜렁 복원해놓고 허접한 전시 말고는 아무런 역할은 하지 않고 있으니 이 경우도 아웃사이더라 그런 걸까? ㅠㅠㅠ 이런 생각을 하면 어머니의 하늘을 향해 가슴에 손을 얹게 된다. 그리 효자도 못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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