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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메일과 매일

2016. 6. 30(목)

메일과 매일

메일과 매일은 ㅔ 와 ㅐ 차이다. 그리고 영어[mail: 편지]와 한국어[매일: everyday) 차이다. 그런데 발음상 묘한 의미연관성이 느껴진다. 메일은 매일 열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날마다 편지가 기다려지고, 멀리 동구 밖에 우편배달부만 나타나도 우리 집에 오는 편지가 있을까, 기다렸다. 그런데 요즘은 편리한 전자메일로 날마다 소식이 들어오는데도 메일을 매일 열어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스팸메일이나 광고메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예전의 그 습관 때문인지 눈만 뜨면 메일을 열어보고 쓸데없는 메일은 휴지통에 버리고, 쓸 만한 메일은 읽어보고 지우지 않는다. 메일을 열었을 때 새로운 메일이 하나도 안 와 있으면 다소 허전할 때도 있다. 스팸메일을 지우는 맛도 좀 들었나보다.

오늘 아침 일찍 잠이 깨어 메일을 열어 보았다. 역시 쓸데없는 메일이 많았다. 그래서 메일을 감탄고토한 후에 내가 이메일을 언제 시작했는지, 내가 지우지 않은 자료는 얼마나 남아 있는지 찾아보았다. 내 이메일 계정에 남아 있는 받은 메일의 최초 날짜는 2001년 11월 21일이었고, 발송메일의 최초의 날짜는 2002년 8월 29일이었다. 2001년도에 시작했으니 세월이 어언 16년이나 흘렀는데, 내가 세상과 소통한 콘텐츠가 많이 남아 있어 하나의 개인 데이터베이스가 형성되어 있었다. 메일에 송 수신자의 이름은 남아 있으나 내 기억에는 지워진 이름도 있었다. 세월은 지우개다. 굳이 지우개로 지우지 않아도 세월이 가면 모든 게 지워진다. 그런데 전자메일에 이렇게 많은 데이터가 남아 있으니 참 다행이다. 내 메일계정은 지난 16년간의 나의 궤적이 보존된 디지털 아카이브다. 메일 16년, 블로그 10년, 이 자료만 잘 정리해도 나의 좋은 실록이 된다. 메일과 블로그 콘텐츠를 영구보존하는 방법을 알아봐야겠다. 우선 책으로 <아빠 실록>을 만들어볼까. 앞으로도 메일은 매일 열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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