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염화미소
요즘 한창 연꽃이 피어난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미소가 아름다운 연꽃, 물방울을 굴리는 넓고 큰 융단 이파리, 꽃이 지면 마이크로폰처럼 서 있는 꽃대, 더군다나 연은 몸을 잔뜩 낮추어 진흙탕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연은 부위 하나하나가 정신적․물질적 공양을 한다. 미소공양, 영양공양, 건강공양, 치료공양... 불교방송에서 어느 스님은 연을 암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연꽃을 볼 때마다 연꽃의 미소에 빨려든다. 그러면서 나도 저 연꽃처럼 진중한 미소를 지으며 이웃들에게 이신전심 상생의 손짓을 보내고 싶어진다.
그러고 보니 부처님은 언제나 미소를 띠고 계신다. 석불이건 금동불이건, 반가사유불이건 입가에 미소가 은은하게 번져 있다. 부드럽지만 가볍지 않은, 신중하지만 어렵지 않은, 그 다정스런 미소는 우리들을 평화롭게 한다. 미소는 얼굴에 주름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부처님은 항상 젊어 보인다. 골드 컬러 부처님이건, 그레이 컬러 부처님이건 인자하고 중후한 얼굴로 우리를 환영하고, 다독이고, 격려하신다. 누가 불상을 우상이라 하는가?
우리들은 생활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 이외에도 많은 생명들을 대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절에서, 산에서, 여행길에서 날마다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뿐이 아니다. 강아지, 고양이, 염소, 닭, 비둘기, 그리고 온갖 자태를 자랑하는 산야의 초목들을 만난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우리의 감정은 기복을 일으킨다. 평온했다가, 거들먹거렸다가, 미워했다가, 좋아했다가, 때렸다가, 꺾고, 죽이고, 살살거리기도 한다.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감정, 감정들... 그래서 감정은 감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부처님은 우리의 감정을 정확히 감정하신다. 살며시 미소를 짓고, 은은하고 평온한 연꽃을 들고, “이 생명들아 평화롭게 살아가렴. 자네 한 생명이 평화로우면 그 평화가 전염되고, 전염되고, 또 전염되어 ‘세계일화’를 이룰지니 이 좋은 걸 어찌 마다하는가? 살아서 움직이는 동안 평화를 베풀지 않으면 죽어서는 베풀고 싶어도 기회가 없으리니, 매일매일 때를 놓치지 말고 평화를 베풀어라. 그리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온 세상이 다 좋아져 아귀지옥이 없어지고 글로벌 극락을 얻으리라.” 꼭 이렇게 말씀하실 것만 같다.
요즘 사회가 너무 어지럽다. 혼자서는 마음 놓고 등산도 못가고, 거리에도, 지하철역에도 나가기가 무섭다. 특히 약한 여성들이 수난을 당한다. 살인, 성폭력, 폭언, 사기, 악플로 얼룩지는 우리나라.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찍고 일산, 그리고 SNS. 많이 배워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던 법조인도 어느 새 사기꾼으로 둔갑하고, 예술가도 돈 때문에 추한 모습을 보인다. 전부 얄팍한 지식은 있으나 지혜가 없는 탓일 게다. 부처님의 염화미소를 모르면 누구든 저렇게 악한이 되기 쉬운 말초적 현대사회, 인문학을 강조하면서도 이벤트로만 떠들고 실천은 없는 각박한 현대사회. 이에 우리는 저 은은한 연꽃을 바라보고 우리도 부처님과 마하가섭처럼 염화미소를 지으며 세상을 향해 평화와 지혜의 깃발을 굳세게, 굳세게 날려야 한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2016. 6. 1
이 종 권(문정 인문학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