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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관찰

2016. 5. 29(토) 아침에 흐렸으나 점차 맑아지고 땡볕이 내리쪼였음.

오늘은 아침에 깨자마자 일기를 쓴 탓에 일기를 두 번 쓰게 되었다. 아침 날씨 탓이다. 그러기에 일기는 저녁에 써야 하나보다.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좀이 쑤셔 밖으로 나갔다. 점심도 먹을 겸. 점심은 청국장으로 해결하고 그 집에서 커피도 마셨다.

잠시 거리에 서서 행인들을 살펴본다. 아무런 저의도 없이 그저 그들의 삶을 피상적으로 관찰해 볼 뿐이다. 평화로운 서울 가락의 거리, 더운데 손잡고 걸어가는 연인, 종이박스를 나르는 꼬부랑 할머니, 중절모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가는 백구두 바람 영감... 귀여운 아기를 업고 가는 젊은 엄마... 인간의 냄새가 여러 층위로 배어난다. 저 중에 나는 어떤 층위일까. 나는 적어도 거만하지 않은 겸손한 문인이고 싶다. 색안경을 끼지 않는, 그래서 자연의 색상을 그대로 볼 줄 아는 정직한 관찰자이고 싶다. 그러나 때로는 현미경의 안목으로 세밀화도 그려보고 싶다. 개 코의 후각으로 참 인간의 냄새도 맡고 싶다. 그런데 지금껏 얼마나 때가 묻어버렸는가. 사우나에서도 씻을 수 없는 영혼의 찌든 때를 오늘은 마음의 청정수로 말끔히 씻어내고 싶다. 저 아기처럼 해맑은 눈으로 방긋 웃는 그런 염화미소의 참인간이 되고 싶다. 아마 이 소원은 내생에나 이루어질 것 같다.

그 거리에 인터넷진흥원이 있다. 인터넷에 관한 각종 통계도 이곳에서 나온다. 나는 어느 통계에 속할까? 아마 내일 만나는 학생들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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