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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오늘의 다큐

이번엔 일기가 아니고 다큐 소설 or 칼럼.

2016. 5. 29(토) 저녁 맑음

매끼 사먹는 자유도 쏠쏠하다. 저녁엔 하얀 순두부. 식사 후 공원에 앉아 필요 없는 전화번호와 문자 메시지를 하나하나 지웠다. 외로워도 전화 할 곳 없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세상 헛살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 인간은 관계의 동물인데, 그걸 제대로 못해 놓았으니, 당신은 인간이 아닌가보다. 그런데 마침 벨소리도 아름답게 스마트폰이 울려왔다. 옛날 회사에서 호형호제하던 Y형의 부인, 즉 Y형수님이다. 저녁에 형님과 대판 싸우고 공원에 나와 나에게 전화한단다. 그래도 반갑다. 나를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전화를 해 주시니, 어려워져서 시골로 이사를 가신다고 했다. 사정은 이해해도 마음은 짠하다. 조강지천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을 텐데 왜들 그렇게 싸울까?(싸움에는 존칭을 붙이고 싶지 않다). 조강지처는 가시가 없다는데...그 형수는 가시가 없는 하얀 수국 같은 분인데... 문제는 Y형에게 있을 것이다.

 요즘 흐드러지게 부풀어 미모를 자랑하는 장미를 보노라면 옛날 사람들이 장미를 여인과 비유한 까닭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북한 화가가 그려놓은 아름다운 장미 속의 여인, 그런데 꽃은 예쁘지만 몸에 가시를 촘촘 달고 있다. 그게 여인의 무기라는 거다. 필자의 경우도 조강지처는 그리 예쁘지는 않았으나 가시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와 자식을 위해서였을까? 아마 내가 느끼지 못해서일까? 그러나 그 사람이 저승으로 가고나니 눈물 뒤로 가시 많은 장미들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태초에 여자는 남자를 저주하기 위해서 창조되었다는 말까지 했다. 그런데 공원에 앉아 가만 보니 어느 젊은 부부, 남자가 아기를 안고 가는데, 부인의 목소리에서 칼 같이 날카로운 음이 나왔다. 아아, 조강지처라도 요즘은 가시가 생긴 걸까? 가시내가 가시에서 나온 말일까, 헷갈리기 시작한다. 대체 가시 없는 장미는 없는 걸까?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가시 없는 장미를 만들어 달라고 해볼까? 차라리 장미보다 라일락이나 수국을 더 좋아해 볼까? 아니다. 거기엔 또 어떤 독이 숨어있을지 알 수 없다. 차라리 그럴게 아니라 이제 상상의 나래나 실컷 펼쳐 스토리를 써야겠다. 그 남자의 이 시대 역사 이야기를(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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